민규동 감독 "감독·작가도 작곡·작사가처럼 보상 받아야 K영화 발전"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11.03 11:38 / 조회 :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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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민규동 감독이 한국영화감독과 시나리오작가도 음악창작자들처럼 정당하게 저작권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왜 영화감독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은, 음악 작곡가와 작사가들처럼 저작권료를 받지 못할까? K-팝이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작곡가와 작사가들은 저작권료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들이 들리는데, 왜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K-드라마 감독과 작가들은 저작권료를 받지 못할까?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는데, 왜 황동혁 감독에게 돌아온 저작권료는 없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현행 한국 저작권법에는 영상창작자가 창작물 이용에 비례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작곡하고 작사하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기에 K-팝 산업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몰린다. 당연한 일이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으면, 우수한 인력들이 몰리고, 그로 인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산업의 선순환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드라마에 비해 영화쪽은, 스태프 처우 개선은 표준계약서 도입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이야기 창작에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황이 더 열악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2019년과 2021년 영화감독 수입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0% 이상이 연소득이 평균 2000만원 이하로 집계됐다. 영화 스태프는 2021년 평균 연소득이 3001만원으로 2019년 평균 2814만원보다 5.6% 상승했지만 영화감독은 변동이 없었다. 영화시나리오 작가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나마 드라마 작가들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상대적으로 처우도 합리적이기에, 드라마계로 인력이 많이 이동하고 있다.

더이상 봉준호, 박찬욱이 되겠다는 꿈만 갖고 버티기에는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과거에는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던 사람들이 감독과 작가를 바랐다면, 요즘은 안정적인 스태프의 길을 택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는 일에 더이상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는 탓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처럼 영상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감독조합 대표인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신과 함께' 김용화, '명량' 김한민,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등이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등이 각각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모처럼 국회가 영상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국영상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주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가 저작권법 개정에 한 목소리를 내자 관련 산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감독과 작가에게 돈을 지급했고, 계약에 따라 흥행 수익의 일정 부분이 돌아가는 데 또 다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건 이중지급이라는 반발의 목소리다. 생산자와 유통자의 형평성에 어긋나며, 이런 저작권법 개정은 투자를 꺼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도 흘러나온다. 대체로 이 같은 주장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업체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의 핵심은 OTT와 방송사 등 콘텐츠를 송출하는 최종 플랫폼이 감독과 작가에게 방영권과는 별개로 저작권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가장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있는 플랫폼이 K-콘텐츠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넷플릭스 등 OTT업체들이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티빙, 웨이브 등 한국 OTT회사들은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어 있는데다, 가장 이 문제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윤제균 감독이 CJ ENM스튜디오스 대표이기도 한 탓에 아직은 조용하다.

넷플릭스는 음악저작권료와 관련해선 이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소송 직전까지 갔다가 합의해 지난 5년 동안 음악저작권료로 41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영화감독과 시나리오작가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할 저작권법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감독과 작가에게도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는 터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인 민규동 감독은 기자에게 "저작권법 개정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좋은 직업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BTS나 블랙핑크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팝 가수들은 팬들이 K팝 산업을 키운다. 소비자들이 음원을 구입하고 그 돈이 창작자들에게 돌아가 더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선순환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서 "한국영화산업을 비롯한 한국영상콘텐츠산업도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규동 감독과 함께 저작권법 개정에 앞장 서고 있는 이윤정 감독은 "이 법 개정은 잘나가는 감독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 평균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감독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윤정 감독은 "음악 창작자들은 저작권료로 계속 좋은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영상창작자들도 그렇게 제대로 된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이윤정 감독은 저작권료 지급이 이중지급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제작사가 감독에게 영상저작물의 연출 또는 저작재산권 양도에 따라 지급하는 대가(연출료 등)와 이번 개정안에서의 보상권 내지 보상금은 저작재산권의 귀속과는 별개로 영상저작물 이용 결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 별개의 개념인 만큼 이중지급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음악저작권자들과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송사에서 방영되려면, 각 방송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CJ ENM으로부터 방영권을 구매한다. 그런 뒤 '기생충'이 프랑스 방송사에서 방영되면, 방영권과는 별개로 감독과 작가에게 광고수입의 0.5%를 줘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남미 등에는 OTT와 방송사 등 콘텐츠를 송출하는 최종 플랫폼이 감독과 작가에게 방영권과는 별개로 저작권료를 주는 법안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대체로 영상물이 방송될 때 붙는 광고 수입의 0.5%를 감독과 작가에게 주고, OTT는 연매출액의 0.5%를 케이스 바이스 케이스로 감독과 작가에게 준다. 미국은 관련 법안은 없지만, 워낙 감독과 작가 조합의 힘이 막강해 계약서상에서 유럽보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더 강력한 조항이 삽입돼 있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영화감독조합에 가입돼 있기에 '옥자'로 넷플릭스로부터 재방영권 개념의 돈을 받고 있다.

사실 한국에는 관련법이 없어서 해외에서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상영되면, 그 나라 최종 플랫폼에서 한국감독과 작가에게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가 지급되지 못하고도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협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최종 플랫폼이 광고수입의 0.5% 이하를 창작자들에게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0.5%로 잡을 경우 광고료가 1억원이면 50만원을 창작자에게 주면 그걸 계약 관계에 따라 나누게 된다.

OTT업체 등에서는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한국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창작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민규동 감독은 "우리나라 영상산업 제작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면서 "그런데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투자를 위축시키겠다는 건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볼모로 한국영상산업을 위축시키겠다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한국음악산업은 디지털음원이 출시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자 음반시장이 무너지고 산업이 크게 위축될 뻔 했지만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으면서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규동 감독은 "경험해보지 못한 길이기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고, 잘 알지 못하기에 어떤 혜택을 받게 될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좋은 영상창작자들을 양성하는데 세금을 쓰는 것도 아니요, 제작자들의 몫을 뺏는 것도 아니다.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작은 물길을 내는 것이다. 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영화산업이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민규동 감독은 "미국은 크레딧에 시나리오 작가를 세 명만 올릴 수 있다. 그 세 명만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기에 각 사람들이 어떻게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는지 지분을 명확히 구분한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에 동참했을 경우에는 50% 이상 참여해야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창작자들의 권리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하기에 그런 부분도 제도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개정안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작은 물길이 되고, 그 물길이 한국영화산업과 영상산업을 더욱 발전해 K-영상콘텐츠산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민규동 감독은 "한국에서 어려운 현실의 개정은 비극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도 비극으로 여론이 환기되면서 본격화됐다. 이번에는 비극이 아니라 희망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연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한국영상창작자들이 한국음악창작자들처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될지, 국회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그 날의 시기가 결정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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