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우린 최약체, 하지만 강팀만 16강 가는 것 아니다" [레전드 인터뷰 ⑥]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10.07 18:21 / 조회 : 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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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시절 이영표(위)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사진=AFPBBNews=뉴스1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2018년 벤투호 출범 이후 이례적으로 사령탑 교체 없이 오롯이 4년을 준비한 대회다. 손흥민(30·토트넘), 김민재(26·나폴리)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이라 국민적 관심도 크다. 스타뉴스는 오는 11월 20일 월드컵 개막 때까지 한국축구 레전드 및 전문가들의 월드컵 전망과 조언, 주목할 선수 등을 전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스포츠국

① 이천수 "16강 충분히 가능, 우루과이전에 사활 걸어야"

② 조재진 "이강인 뽑히길... 경험 쌓아야 한국축구에 도움"

③ '똑같은 7번·주장'... 김정우 "2010년 지성이 형, 이번엔 흥민이 차례"

④ 하석주 "호날두는 지는 별... 아프리카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

⑤ 허정무 "벤투호 정말 강하다, 사상 첫 '원정 8강' 기대"

⑥ 이영표 "우린 최약체, 하지만 강팀만 16강 가는 것 아니다"

"객관적으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 세 팀 모두 우리보다 강한 상대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은 항상 1~2등만 16강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경험했지만, 종종 약팀으로 평가받는 팀이 강팀을 이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약하고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16강에 못 가는 것은 아닙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국축구 레전드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어려운 과제이면서도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힘을 실었다. 특히 한국축구는 여러 차례 고비를 뛰어넘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영표 대표는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약하고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16강에 못 가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 마음가짐을 안고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면, 몇 가지 해답이 나올 것이다.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투호는 카타르 월드컵 H조에 속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차례로 대결한다.

이 대표는 "상대가 우리보다 강한 팀인 것은 맞다. 그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종종 현실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어느 월드컵보다 16강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기대가 된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벤투호의 철저한 준비와 강인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보다 잘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체력, 정신적, 아니면 심리적인 것도 될 수 있다. 상대의 개인 능력이 우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다른 요소에서 우리가 상대를 압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 내내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조별리그 첫 경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은 첫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분위기에 따라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겼다고 긍정적이고, 졌다고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첫 경기에 이겨 다음 경기를 쉽게 볼 때가 있고, 첫 경기에 졌지만 각성해 두 번째 경기를 더 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매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다음 경기를 위해 얼마나 회복하고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기느냐, 지느냐, 비기느냐, 결과는 세 가지 밖에 없다. 축구장 안에서는 우리가 넣든가 먹히든가 두 가지 뿐이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생각해 준비해야 한다. 첫 경기를 이겼다면 어떤 마음가짐과 심리 상태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 이미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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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깜짝 스타의 활약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한국축구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의조, 황인범 등 여러 선수가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터져야 한다. 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캡틴' 손흥민에 대해서는 "월드컵에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소속팀에서는 본인 플레이와 팀 승리에만 신경 쓰면 되는데, 대표팀에 오면 동료들의 실수가 내 실수처럼 느껴져 제 플레이가 쉽지 않다. 저도 알고 있다"면서도 "상대도 손흥민을 견제할 것이다. 상대 시선이 손흥민에게 둘 수밖에 없는데, 뒤로 숨어들어가는 선수를 잘 이용하면 찬스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체력이다. 특히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겨울에 열린다는 특이점이 있다. 이 대표는 "K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시즌을 마치고 바로 월드컵에 임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면서도 "월드컵을 되돌아보면 대표팀에 합류해 3~4주 동안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느냐가 진짜 중요했던 것 같다. 또 우리가 강팀을 만나 비슷하거나, 이겼을 때는 상대를 압도해서 뛰었다. 월드컵에서 상대를 이기려면 더 뛰는 것밖에 없다. 또 실제로 더 뛰었을 때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역대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통산 A매치 127경기(5골)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이는 최다 경기 3위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월드컵 3회 연속(2002·2006·2010년) 출전도 이뤄냈다. 2014·2018 월드컵에서도 해설위원 등으로 현장에 있어 경험이 풍부하다.

이 대표는 "제 경험에 의하면, 월드컵 경기 전날 '아, 내일이 월드컵이지' 이렇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면 늦는다. 지금부터 '월드컵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하루', '이제 3시간', '이제 경기장에 들어선다' 이렇게 끊임없이 상상하고 있어야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월드컵이 먼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베스트11부터 교체선수 5~6명 정도는 월드컵에 갈 거라고 선수 본인들도 알 것이다. 그 선수들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월드컵을 상상하고 준비하며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상상해야 한다"고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이 대표는 "축구선수들에게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제가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 있을 때는 4~5명, 토트넘(잉글랜드)에 있었을 때는 20명 정도가 자국의 국가대표 선수였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라도 월드컵에 나간 이는 많지 않았다. 월드컵을 뛰었다는 것은 그만큼 특권"이라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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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시절 이영표(오른쪽)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사진=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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