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50경기' 뛴 김진수... 어떤 감독도 '배려'는 없다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10.0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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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경기, 1-0으로 승리를 거둔 한국 벤투 감독이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김진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카메룬과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모두 끝난 뒤, 한 선수가 그라운드 한가운데에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와 의료진, 심지어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도 다가가 선수 상태를 확인할 정도였다. 긴박하던 분위기는 다행히 선수가 일어나면서 정리됐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상황이었다.

쓰러졌던 선수는 김진수(30·전북현대)였다. 그야말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날 김진수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경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나흘 전 코스타리카전에도 선발로 출전해 후반 20분까지 뛰었다.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A매치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는 김진수와 손흥민(30·토트넘) 김민재(30·나폴리) 황희찬(26·울버햄튼)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5명이었다.


물론 A매치 2경기 선발 출전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2경기를 포함해 김진수는 올해에만 무려 50경기를 뛰었다.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 전북에서도 그야말로 '핵심 선수'다 보니 불가피한 기록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이번 시즌 전북 소속으로 K리그 28경기와 FA컵 1경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경기를 뛰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1월 튀르키예 원정 평가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국내 친선경기, 동아시안컵 등 A매치 12경기를 소화했다. 여기에 시즌 중엔 K리그 올스타 경기까지 뛰었다.

문제는 시즌 내내 이어진 강행군 과정에서 숨을 돌릴 만한 배려를 받지는 못했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올해 김진수의 출전이 가능했던 A매치 13경기 중 무려 12경기를 선발로 내세웠다. 유일한 결장 경기는 지난 7월 최약체 홍콩과의 동아시안컵이 유일했다. 한때 홍철(32·대구FC)과 경쟁 구도를 이뤘지만 올해부터 출전시간은 김진수에게 편중돼 있다. 또 다른 레프트백 후보였던 박민규(27·수원FC)는 3월과 6월 모두 소집하고도 정작 경기엔 출전시키지 않았다. 평가전 등에서 다양한 선수 기용을 통해 레프트백 풀을 넓히기보다 김진수의 주전 활용을 일찌감치 굳히는 바람에 자연스레 A매치 출전 시간도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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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김진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소속팀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K리그와 ACL 등에서 그야말로 '혹사 수준'으로 뛰었다. K리그 출전시간만 놓고 봐도 2268분으로 골키퍼 송범근(2789분), 센터백 박진섭(2285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포지션의 특성이나 팀 내 전술적인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출전 시간 대비 체력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박진성(21)이 백업으로 대기 중이고, 최철순(35)도 왼쪽에 포진할 수 있지만 출전시간 비중은 김진수에게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물론 그만큼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더구나 벤투호는 월드컵을 준비 중인 데다 실제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고, 전북도 시즌 개막 전부터 트레블(3관왕)을 목표로 달리던 팀이라 핵심인 김진수의 출전 비중이 높은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아쉬운 건 그런 김진수가 처한 상황과 몸 상태 등을 시즌 내내 벤투 감독과 김상식 감독 모두 모를 리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두 사령탑은 선수에 대한 배려보다는 각자의 팀에서 혹사 수준으로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대표팀 또는 소속팀에 대한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한 팀의 감독으로서 선수 컨디션이나 몸 상태 등에 대한 배려는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11월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일정 탓에 리그나 대표팀 일정 등 강행군이 일찌감치 예고됐던 상황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정이다. 소속팀 전북은 울산현대와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FA컵도 4강에 올라 있다. 앞선 흐름이라면 김진수의 K리그 5경기, FA컵 1~3경기 출전도 불가피하다. 김상식 감독도 팀 사정상 김진수의 잔여 경기 출전을 사실상 예고했다. 지난 K리그 미디어데이 당시 "김진수의 체력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경기는 계속 소화하되, 회복을 조금 더 세밀하게 체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벤투호는 오는 11월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해 국내파 위주로 치러지는 '출정식'이라 김진수의 차출 역시 기정사실이다. 사실상 남은 기간 역시도 쉬지도 못한 채 소속팀과 대표팀 경기를 모두 치른 뒤 월드컵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철저한 부상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시점, 가장 예의 주시해야 할 선수가 '혹사 수준'으로 뛰고 있는 김진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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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진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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