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희망고문'으로 끝날까... 이강인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9.27 05:45 / 조회 : 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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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21일 오전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필요한 선수라는 걸,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 21일이었다. 1년 6개월 만에 '벤투호 일원'이 된 이강인(21·마요르카)은 인터뷰를 통해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오랫동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외면을 받다가, 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각오였다.

그동안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스스로 아쉬움을 삼켰던 터라 이강인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그는 "그동안 소집 명단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다시 뽑아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며 "월드컵에 가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강인 스스로 대표팀 재발탁의 명분을 만든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을 펼쳤고, 결국 자신을 외면하던 벤투 감독의 재부름을 받았다. 주장 손흥민(30·토트넘)도 그의 재승선에 대해 "열심히 한 결과물인 만큼 축하해주고 싶다"고 전할 정도였다.

남은 건 이강인의 몫이었다. 벤투 감독이 마련한 시험대에 올라 대표팀에서의 활용가치를 직접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정작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이강인에게 허락된 시간은 '0분'이었다. 경기 중 공격에 무게를 둬야 할 상황에서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6장의 교체 카드 중 마지막 1장은 쓰지도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이강인 외에 뛰지 못한 다른 선수들도 많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답을 피했다. 문제는 이번 평가전 2연전이 갖는 의미였다. 앞선 다른 경기들과 달리 월드컵 전 실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소중한 마지막 기회들인데도, 이강인의 활용법을 찾기 위해 조금의 시간도 할애하지 않은 벤투 감독의 선택은 '충격'으로까지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이강인에게도 향했다. 스스로 증명할 기회를 받지 못했던 지난 코스타리카전 당시 이강인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을 씁쓸하게 지나갔다. 자신보다는 경기에 출전한 형들의 목소리를 대신 담아달라는 '씁쓸한' 요청을 취재진에 덧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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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이강인(가운데)이 벤치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시선은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메룬전으로 향한다. 이강인에겐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이자, 벤투호 입장에서도 이강인 활용법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들이다. 단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이강인의 월드컵 출전 여부도 좌우되는 셈이다.

만약 벤투 감독의 월드컵 구상에 이강인이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다면, 카메룬전은 선발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이강인 활용법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선 선발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상대인 카메룬이 앞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완패할 정도의 전력이라는 점도 벤투 감독이 이강인 선발 카드를 시험해볼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강인 입장에선 사실상 이 한 경기로 모든 게 결정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겠지만, '보란 듯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활약으로 답하는 게 중요하다. 월드컵으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만 지난 코스타리카전이 그랬듯, 선발은커녕 과연 충분한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앞선 경기에서 1분의 출전 기회도 돌아가지 않은 건, '벤투 감독의 구상에 이미 이강인은 없다'는 그동안의 평가가 재확인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강인의 이번 대표팀 승선 이면에는 앞서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다른 2선 자원들의 부상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카메룬전이 '출정식' 의미를 갖는 만큼 벤투 감독도 실험보다는 자신이 구상 중인 '최정예'를 선발로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이강인은 또 한 번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교체 출전 기회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카메룬전도 선발에서 제외되면, 자연스레 월드컵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오랜만에 재소집된 뒤 2연전 마지막 경기에 가까스로 교체로 투입된 선수가 최종 엔트리까지 승선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최악의 경우 1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이번 대표팀 승선이 결과적으로 이강인과 팬들에겐 그저 '희망고문'으로만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벤투 감독의 선택을 돌아보면 애초에 월드컵과는 무관한 '무의미한 소집'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강인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나아가 벤투호 이후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잔인한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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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6일 오전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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