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벤치클리어링 '전말 공개', 왜 김현수가 가장 먼저 돌진했나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9.24 06:05 / 조회 : 6199
  • 글자크기조절
image
23일 잠실 롯데-LG전. 9회초를 앞두고 롯데 투수 구승민(왼쪽)을 향해 LG 김현수(오른쪽)가 항의하고 있다.
캡틴도 아니었지만, 그는 가장 먼저 앞장서 상대 팀 진영으로 돌진했다. 같은 팀 후배가 오해를 받는 상황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현수(34)는 결국 참지 못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23일 잠실구장. 앞서 22일 이대호의 마지막 공식 은퇴 투어와 함께 기념품도 전달하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던 양 팀이었다.

그러나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두 팀은 뜨거운 열정을 보여줬다. 이날 LG가 1-0으로 앞선 8회말. 롯데는 최준용 대신 5번째 투수 구승민(32)을 마운드에 올렸다. 구승민은 채은성과 오지환을 연속 삼진 처리한 뒤 문보경(22)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문성주가 볼넷을 골라내며 1,2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이상호. 초구는 몸쪽 볼이었다. 그리고 2구째. 구승민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뒤 2루 주자 문보경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투구판에서 오른발을 뗀 뒤 문보경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구승민은 문보경을 쳐다보며 왼손으로 자신의 유니폼 하의 허벅지 쪽을 문질렀다.

이 순간, 양 팀 더그아웃의 시선이 모두 마운드로 집중됐다.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 구승민은 재차 문보경을 가리킨 뒤 다시 투구에 임했다. 결국 이상호를 2구째 3루 땅볼로 유도,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이때 3루로 뛰었다가 멈춰선 문보경과 3루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구승민이 교차했다. 구승민은 재차 다시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며 문보경을 향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보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김현수였다. 결국 김현수는 망설임 없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3루 더그아웃 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쟁터 같은 그라운드에서 LG와 롯데 모두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기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상대는 기세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여파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다. 타 팀 선수가 자신의 후배한테 뭐라고 하는 모습을 본 김현수.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LG 트윈스의 주장이자 팀의 기둥인 그가 가장 먼저 나선 이유였다.

image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LG 김민성(왼쪽)이 김현수를 진정시키고 있다.
결국 이닝 교체 시간에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잠시 대치 상황이 발생했으나, 더 큰 충돌 없이 각자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9회초 고우석이 1점 차 리드를 잘 지키며 경기가 끝났다. 이후 롯데의 베테랑 정훈이 김현수와 그라운드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오해를 풀었다.

LG 관계자는 "구승민이 8회말 종료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문보경에게 무언가 어필을 했다. 문보경은 어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베이스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구승민이 어필하는 모습을 본 김현수, 오지환이 구승민의 행동에 어필하기 위해 뛰어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이후 서로 오해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뜻을 표하며 정리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고우석도 이런 벤치클리어링이 처음이었다. 그는 경기 후 "(벤클 후) 패하면 모양이 안 좋으니까 더욱 집중력을 갖는 계기가 됐다"면서 "2017년 프로에 데뷔한 뒤 단 한 번도 벤클을 경험하지 못했다. 벤클이 벌어진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뒤늦게 나갔다.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했는데, 전력으로 뛰어가면 혼날 것 같았다.(웃음) 코치님과 다른 선수들이 '너는 가지 말라'고 하면서 막아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올 시즌 LG와 롯데는 한 차례 마지막 맞대결을 남겨놓고 있다. 10월 8일 사직구장에서 격돌한다. 이대호의 공식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과연 두 팀은 또 어떤 뜨거운 승부욕을 보여줄 것인가. 벌써부터 양 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age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종료되자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