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아름다워' 입양 인식 변화..부정→이해 시선으로 [문바세]

[문화콘텐츠가 바꾸는 세상]-①드라마가 바꾸는 세상(①-2)

이경호 기자 / 입력 : 2022.08.30 10:00 / 조회 :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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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콘텐츠지음
[창간기획] 드라마 속 부정을 '이해'로 바꾸는 문화콘텐츠

문화 콘텐츠가 지닌 파급력과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한국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꼬집은 영화 속 반지하는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이 됐다. 정부는 당시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주거 복지를 위한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침수 피해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현실 속 반지하는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

올해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영우 같은 능력을 지닌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은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스타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세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받아들인 콘텐츠에 대해 짚어보고,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회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본다.

"이해해요."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속 대사. 입양된 아버지, 어머니를 바라본 성인 자녀들의 말이다.

드라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황을 예측한 소재가 사용된다. 이 중 '입양'도 마찬가지다. 보통 드라마 속 '입양'이라고 하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 결정적 증거 등으로 쓰인다.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장치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대개 드라마 속 '입양'이라고 하면, 주인공 혹은 주인공과 얽힌 누군가의 비밀을 감추던 열쇠로 주로 표현되었다. 극 중 사건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의 외도, 혹은 가족 구성원의 부득이한 사로고 인해, 재산 갈등의 시작이 되는 도구 등으로 이용되어 왔다. 극적 장치로 이용되다 보니 때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지기도 했다. 또 입양된 아이의 부모에 대해서 안쓰러움, 동정을 유발하기도 했다. 물론,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2022년,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입양' 소재의 틀을 깬 드라마가 등장했다. 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연애도 결혼도 기피하는 시대, 나이 꽉 찬 이가(家)네 삼 형제가 집안 어른들이 내건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혼인성사 프로젝트다. 지난 4월 2일 첫 방송됐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이경철(박인환 분)과 윤정자(반효정 분), 서로 다른 두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두 가정의 공통점은 가족 구성원 중 '입양'이 있다는 것. 입양된 이는 이경철의 아들 이민호(박상원 분), 윤정자의 며느리 진수정(박지영 분)이다. 극 중에서는 중년이 된 이민호, 진수정이 그동안 입양으로 인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아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가'를 보여줬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현재는 아름다워' 제작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이민호와 이경철의 관계와 진수정과 수정 부모의 관계 대비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자는 입양 사실을 건강하게 드러내고 가족관계를 형성했지만 후자는 숨기고 심지어 출산한 걸로 속여야 했던 속사정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하면서 "당사자인 수정으로서는 본인 정체성에 대한 혼란,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복잡한 내면이 형성됐다. 반면에 민호와 경철은 안팎으로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밝힘으로써 건강한 자아와 바람직한 가족 관계 형성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현재는 아름다워'를 통해 두 입양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라면서 "드라마 속 하나의 소재였지만, 대중에게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준 '입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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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콘텐츠지음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이민호는 아내 한경애(김혜옥 분)과 삼형제 이윤재(오민석 분), 이현재(윤시윤 분), 이수재(서범준 분)를 키워왔다. 또 아버지 이경철과 함께 살았다. 여기에 이경철의 동생 이경순(선우용녀 분)의 가족들과 한 건물에 살아왔다. 특히 이민호는 아버지 이경철의 따스한 보살핌 속에 결혼 후 일가를 이루면서 입양 가족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이민호는 어릴 때 입양된 후 '파양'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함을 갖고 살기도 했지만, 이경철과 진정한 부자 관계로,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가족 구성원이었다. 또한 이민호는 극 초반 입양 사실을 둘째 아들 이현재에게도 알리면서, 시청자들에게도 '부정'이 아닌 '긍정'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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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콘텐츠지음


어린 시절 입양되어 두 남매의 엄마가 된 진수정. 그녀의 삶은 이민호와는 달랐다. 외형적인 게 아닌, 내적 고민이 많은 캐릭터였다. 진수정은 교수 딸로 공부도 잘했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밝고 긍정적이고, 함께 사는 시어머니 윤정자와도 큰 갈등 없이 잘 지내왔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인생. 그러나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입양'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던 것. 딸 현미래(배다빈 분)의 혼인 사기 사건을 겪으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진수정은 자신의 입양 과거가 시어머니 윤정자, 그리고 딸 현미래, 아들 현정후(김강민 분)에게 들통 날까봐 노심초사했다. 윤정자가 '핏줄' '근본'을 언급해왔기 때문. 남편 외에 알지 못하는, 숨겨왔던 어린 시절 입양된 과거가 언제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노심초사해 왔다. 입양으로 인해 겉으로는 잘 성장했지만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줬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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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콘텐츠지음


각기 다른 환경의 가정에 입양되어 다른 삶을 살아온 이민호, 진수정의 모습은 '현재는 아름다워' 시청한 시청자들이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 터. 이전 드라마에서 입양된 자녀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갈등의 소용돌이에 있는 극적인 도구로만 사용되어 온 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성장해 온 과정, 그리고 입양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런데, 이 보는 관점이라는 게 '부정'이 아닌 '이해'에 가깝다. 극 후반, 이민호, 진수정의 가족 구성원들이 두 사람의 입양을 모두 알게 됐을 때, 반응들도 달랐다. 좌절이 아닌, 그간 두 사람이 살아온 삶과 가슴앓이에 이해로 다가선 것. 여기에 이민호의 아들 이현재, 진수정의 딸 현미래가 사랑하고 결혼을 결정함으로 인해서 입양으로 불거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경철이 과거 잃어버린 딸이 진수정이었던 것. 이에 한 차례 거센 폭풍이 일기도 했다. 이민호는 아들 이현재의 결혼을 위해 파양 결심까지 하는 등 드라마 속 극적 요소가 발휘됐다.

그리고 성인 자녀들이 각자 부모를 보는 시각도 이전 작품 속 모습과는 달랐다. '이해'라는 대사, 표현으로 상황들을 이해한다. 물론, 그간 앞선 스토리에서 등장한 여러 에피소드가 이해의 구심점이 됐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 볼 만한 점은, 입양한 부모들의 모습이다. 이민호를 입양한 이경철, 진수정을 입양한 정미영(이주실 분)은 여느 부모 못지않게 성심성의껏 키웠다. 공개와 비밀을 유지했다는 점은 서로 다른 구조지만, 극 중 드러났던 부모가 자식에게 헌신했다는 설명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사건에 휘말렸던 현실판 입양 가족의 모습과는 달리, 잘 사는 가정도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현재는 아름다워'는 아이가 아닌, 성장해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한 여러 에피소드를 스토리에 담아냈다. 두 입양 가정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준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대를 반영, 혹은 다가올 시대를 반영하려는 드라마는 거듭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보여주기'에서 '이해'를 구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문화콘텐츠의 시기다.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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