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수비수 김우석이 18일 전북현대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2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최원권(41)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역할을 맡은 대구는 18일 일본 사이타마 우라와 고마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과의 ACL 16강전(단판)에서 정규시간을 1-1로 비긴 뒤, 연장 후반 추가시간 김진규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ACL 여정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6강에서 멈췄다.
나흘 전 가마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돌연 사퇴하는 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치른 경기였다. 감독 사퇴에 따른 영향이 과연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이날 경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른바 감독 교체 효과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기존과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적장 김상식 감독도 "선수들이 심기일전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장이 없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성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최원권 대행은 김진혁 이진용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황재원을 중원에 배치하는 등 나름의 변화도 줬다. 전반부터 20%대 점유율에 그치면서 볼 소유권을 상대에 대부분 내줬지만 대신 단단한 수비와 역습으로 전북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꺼냈다. 후반 1분 일격을 맞은 뒤 10분 만에 동점골도 넣었다. 볼 점유율과 별개로 수차례 전북 골문을 위협하며 곧잘 기회도 만들어냈다.
18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구FC-전북현대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그러나 감독 사퇴의 충격도 바꾸지 못한 게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급격하게 떨어지는 대구 선수들의 집중력이었다. 이날 역시 대구는 연장전 후반 추가시간 그야말로 통한의 결승골을 실점했다. 문전에서 공을 걷어내려다 오히려 같은 편 몸에 맞고 문전으로 흘렀다. 그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를 대구 스스로 헌납했고, 결국 김진규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악몽의 재현이었다. 이번 시즌 유독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해 실점하면서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많았는데, 이 경기마저도 그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 대구가 이번 시즌 추가시간 실점을 통해 무승부(승부차기 포함)나 패배한 경기는 이번이 7번째였다. 특히 최근 7경기 가운데 무려 4경기, FC서울전(1-2패)과 수원FC전(2-2무), 인천유나이티드전(2-3패), 그리고 이번 경기까지 대구는 잇따라 '극장골 실점' 탓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결국 가마 감독의 사퇴로 뒤숭숭했던 분위기는 반전이 아니라 공식전 5연패, 그리고 ACL 16강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로만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구는 다른 팀들보다 1경기 더 치르고도 강등권 11위 김천상무와 격차가 단 1점 차다.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극장골 실점 악몽, 특히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이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면 강등권 추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반등을 위해선 대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최원권 대구FC 감독 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