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일 대회 아니었다... 강팀들 상대로 '당찼던' 황인선호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8.18 18:41 / 조회 : 2270
  • 글자크기조절
image
18일 프랑스와의 FIFA U-20 여자월드컵 패배로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반전은 없었다.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여자축구 대표팀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8강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세계적인 강팀들이 포진한 '최악의 조 편성'에도 한국은 조별리그 내내 만만치 않은 저력을 선보였다. 조별리그 탈락은 아쉽지만, 적어도 한국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었다.


황인선(46)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여자축구 대표팀은 1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FIFA U-20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프랑스에 0-1로 졌다. 조별리그 성적은 1승 2패(승점 3). 나이지리아와 프랑스에 이어 3위로 8강 진출엔 실패했다.

8강 진출을 위한 유일한 시나리오였던 '승리'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쥔 채 프랑스를 압박했지만 번번이 골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9분 피지컬을 앞세운 상대의 헤더에 일격을 맞았다. 결국 종료 휘슬과 함께 황인선호의 대회 여정에도 막을 내렸다.

image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천가람(오른쪽)이 18일 프랑스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대회 내내 황인선호가 보여준 가능성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최악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팀들과 한 조에 편성되고도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상대와 치열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열악한 환경이나 저변 등을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가능성이었다.

실제 한국을 제외하고 캐나다와 나이지리아, 프랑스는 모두 대회 결승까지 올랐던 경험이 있는 강팀들이었다. 여자 FIFA 랭킹에서도 프랑스는 5위, 캐나다는 7위로 한국(18위)보다 크게 높았다. 나이지리아는 FIFA 랭킹에서 46위에 처져 있지만, 이번 대회 포함 역대 U-20 월드컵에 10차례 모두 나서 8차례나 8강 이상의 성과를 올린 대표적인 전통 강호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인선 감독도 "강팀과 경기인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인정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황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기대해 달라"는 당찬 출사표도 던졌다.

image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골키퍼 김경희.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인선호는 FIFA 랭킹 7위 캐나다와의 첫 경기부터 가능성을 보여줬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간결한 빌드업은 물론 상대를 괴롭히는 압박이나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고, 결국 2-0 완승을 거뒀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이어진 나이지리아나 프랑스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객관적인 열세 속 잔뜩 웅크리기보다는 오히려 거세게 상대와 맞서면서 여자축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골 결정력 부재 속에 먼저 균형을 깨트리지 못했고,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체력이 무너지면서 실점을 허용하는 등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경기들이었다.

프랑스전 패배로 8년 만의 8강 진출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적어도 대회 기간 내내 무기력하게 밀린 끝에 탈락한 게 아니라 당당히 맞서면서 여자축구의 미래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도 "빌드업 체계나 압박 등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고 총평했다.

황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선수들은 너무나 열심히 뛰어줬고 너무 잘해줬지만, 제가 처음 감독을 맡다 보니 경험이 많이 없었고 전략이나 전술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탈락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더 많이 공부해서 선수들이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잘 성장할 수 있게끔 뒤에서 서포트하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오는 20일 오후 3시 1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image
황인선(오른쪽)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 프랑스전을 마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자 프로필
김명석 | clear@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