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에도 하지 못한 세리머니... 그만큼 마음고생 심했다

인천=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8.14 05:45 / 조회 :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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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송시우(오른쪽 두 번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팬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홈팬들 바로 앞에서 터뜨린 골, 그것도 환상적인 백 헤더를 통한 '역전골'이었다. 마음껏 기쁨을 표출하며 포효할 수도 있었을 순간. 그러나 골을 터뜨린 송시우(29·인천유나이티드)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손목을 가리키는 특유의 세리머니는 물론 밝은 미소조차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전 소속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을 정도. 그러나 송시우는 인천에서 프로에 데뷔한 원클럽맨이었다. 상대팀 전북 현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는데도, 짜릿한 역전골을 터뜨리고도 애써 세리머니를 자제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짜릿한 순간 기쁨을 표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송시우는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전 3-1 승리 직후 "오늘도 전반전에 찬스가 있었는데 못 넣었다. 팀에 계속 보탬이 못 되는 것 같아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었다"며 "팀이 이길 때까지는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세리머니를 자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금 더 깊숙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송시우는 "힘든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그래서 요즘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격수로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오랜 자책이, 이날 역전골을 터뜨리고도 세리머니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송시우는 이번 시즌 유독 골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5월에야 마수걸이골이 터졌고, 6월 2호골을 터뜨린 뒤에는 최근 8경기째 침묵을 지켰다. '시우타임'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만큼 주로 조커로 나서 결정적인 골을 자주 터뜨렸던 예년과 달리 이번 시즌엔 부침을 겪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 과정에서 팀 성적마저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송시우도, 팬들도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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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오른쪽) 인천유나이티드 감독과 송시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래도 조성환(52) 감독은 송시우에 대한 믿음을 계속 보여줬다. 이날은 5경기 만이자 이번 시즌 두 번째 리그 선발 기회까지 줬다. 결국 송시우는 이날 1-1로 맞서던 후반 4분 이명주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백 헤더로 연결해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174㎝의 단신이지만 골문을 등지고 있던 상황에서 절묘하게 머리로 방향을 바꿨다.

송시우는 "상대적으로 수비수들보다 키가 작다 보니까 위치 선정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명주 형 크로스가 좋아서 저한테 딱 떨어졌고, 어려운 자세이긴 했는데 운이 좋게 골이 들어갔다"고 웃어 보였다. 비록 경기 중에는 웃지 못했지만, 자신의 골이 결승골이 돼 팀의 승리라는 결과로 이어진 뒤에야 뒤늦게 미소를 찾은 것이다.

조성환 감독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힘들었을 제자를 위로했다. 조 감독은 "팀 전략상 선발보다는 교체로 나서는 부분들이 많았다. 오늘 선발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선발 출전도 고려해볼 것"이라며 "그동안 심했을 마음고생은 털어버리고, 앞으로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사령탑의 말을 대신 전해 들은 송시우는 "사실 작년에도 선발로 골을 넣은 뒤 '선발로 많이 내보내주신다'고 했는데 별로 안 보내주셨다"고 웃어 보인 뒤 "선발로 뛰든 교체로 출전하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게, 제 공격적인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가진 것에 비해서 인천 팬들께서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다"면서도 "오늘을 계기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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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이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전 3-1 승리 직후 라커룸에서 송시우(밑에서 두 번째)와 함께 단체 '시우타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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