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주원만 남았다 [김나연의 사선]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8.13 12:00 / 조회 : 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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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 사진=넷플릭스


액션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났다. 러닝타임 내내 쏘고, 달리고, 매달리는 주원의 치열한 액션만 남은 영화 '카터'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 된 상황 속 '카터'(주원 분)는 의문의 장소에서 눈을 뜬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정병호(정재영 분) 박사의 행방을 묻지만 카터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른다.

그때 귓속에서는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오고, 카터는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북한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오지 않으면 그의 입 안에 설치된 살상용 폭탄이 터진다. 여러 이해 관계 속 CIA와 북한군이 턱 끝까지 추격해오지만 카터는 살기 위해 임무를 성공시키고, 기억에는 없는 자신의 딸을 위해 소녀를 데리고 북으로 향해야 한다.

'카터'는 주인공이 처한 대략의 상황만 알려준 뒤 시작부터 숨 쉴 틈 없이 내달린다.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인 셈이다. 시작부터 주인공인 카터가 기억을 잃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의 지시만을 따르는 수동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조종당하는 아바타처럼 느껴지기도, 내가 마치 카터가 된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액션이 원테이크로 연출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카터가 끈팬티를 입고, 100명 안팎의 사람을 베고 찌르고, 때리는 공중목욕탕 액션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영화가 출발하는데 몰입도가 높아지기는커녕 어지럽고,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한다. 불필요한 노출 장면에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과한 카메라 워킹과 더해져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카터가 목욕탕에서 겨우 빠져나온 이후에도 숨 돌릴 틈도 없이 카터를 맹렬히 쫓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이렇듯 위기의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며 다채로운 액션이 그려지지만, 주인공의 서사와 개연성이 부족하니 단순한 '볼거리'로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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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 사진=넷플릭스


카터는 한국계 CIA 요원. 기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북한에 망명한 뒤 북한 여자와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는 바이러스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지운 뒤 임무에 투입됐다는 설정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CIA와 북한을 등장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짜깁기 한 듯한 설정이 모두 짧은 설명으로 대체되니 기억을 찾은 후 자신의 아내와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카터의 눈빛에 공감될리 만무하다. 주인공의 서사나 이야기에 몰입해 액션에 긴박감이라도 느껴지면 좋으련만 그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도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뜬다. 여기에 쿠데타를 하려는 북한군, 바이러스에 걸려 좀비처럼 달려오는 환자들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강약 조절 없는 과속 질주를 하고 있는 듯한 '카터'다. 이렇듯 무엇 하나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도달한 엔딩에서 '카터'는 시즌2를 염두에 둔 듯 또 다른 '떡밥'을 던지고 끝을 맺는다. 안타깝게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맨몸 액션부터 직접 헬기를 제작하거나 CG가 아닌 실사로 스카이다이빙을 담는 등 정병길 감독의 도전 정신, 주원의 한계를 뛰어넘은 액션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특히 놀라운 연기 변신을 감행한 주원의 노력은 화면 밖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주원은 불가능할 것 같은 액션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며 '카터'에서 단 하나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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