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고도 "부끄럽네요, 얼마나 선수들이 안 했길래..."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8.12 14:23 / 조회 :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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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대온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초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후 기뻐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요. 얼마나 선수들이 그런 걸(팬 서비스) 안 했길래 KBO에서 이벤트까지 할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NC 다이노스의 포수 박대온(27)은 올 시즌 개막 전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첫 유니폼이 판매됐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직접 작성한 손편지와 배팅 장갑을 동봉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후 이 팬이 배팅 장갑에 사인을 요청하자 경기 종료 후 직접 커피를 대접했다고 한다.

사연의 주인공인 이준영 씨는 KBO를 통해 "처음 택배 박스를 열었을 때 손편지가 있어서 놀랐고 기뻤다"며 "이후 직관을 가면 한결같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하는 박대온 선수의 팬서비스를 널리 알리고자 사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대온이 지난 11일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리그 출범 40주년 기념으로 신설한 'KBO FAN FIRST(팬 퍼스트)상'의 7월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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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대온. /사진=KBO 제공
훌륭한 팬 서비스로 수상의 기쁨을 안은 박대온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1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박대온은 "솔직히 '팬 퍼스트'는 모든 선수가 하고 있는데, 운 좋게도 좋은 팬분을 만나서 상을 받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어떻게 이런 이벤트를 생각했을까. 박대온은 "야구선수로서 이렇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어느 직업보다 더 뜻깊다"며 "항상 '나를 좋아해 주면 몇 배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온은 많은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2014년 '박광열'이라는 이름으로 NC에 입단한 그는 포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2019시즌을 앞두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팀에 복귀해서도 걸출한 포수 양의지가 버티고 있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대온은 누구보다도 팬 서비스에 굶주려 있었다. 그는 "길 가다가도 (팬 서비스를) 해주고 싶은 스타일인데 아무도 못 알아본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길 가다가 뭘 하고 있어도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면 다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대온은 "밖에 나오면 못 알아보셔서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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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온.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평소 박대온은 붙임성 있고 끼 많은 성격으로 팀 내에서 유명하다. NC 관계자는 "이런 성격이 데뷔 초에는 오해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귀띔했다. 박대온 본인도 "내 성격상 좋아서 막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이런 걸 안 했길래 이벤트까지 할까"라고 말했던 박대온은 그러면서도 "KBO 40년 동안 올해가 가장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해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경기 전에도 먼저 나와서 사인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지 퇴보하지 않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선수만 나오면 좋겠다'는 말에는 "다들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지 하기 싫고 귀찮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할 것이다"며 동료 선수들을 감쌌다.

이제 박대온은 야구장 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양의지의 이탈로 인해 개막전부터 주전 마스크를 썼던 그는 타율 0.140을 기록한 뒤 부상으로 5월 1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전반기 막판 돌아온 박대온은 후반기 들어 타율 0.533(15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1일 경기에서도 4회초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박대온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팬들에게 좋은 야구로 다가가고 있으니 야구장에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NC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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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대온이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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