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상선언'은 댓글 조작부대에 역바이럴을 당했나?..바이포엠 대표 "연관無"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8.08 11:05 / 조회 : 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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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상선언'이 댓글 공작부대에 의해 역바이럴을 당하고 있다? 주말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뒤덮은 이슈다. 트위터 트렌드에 '비상선언'과 '역바이럴' 키워드가 하루 종일 오르내렸다.

요지는 누군가 '비상선언'과 관련한 입소문을 안좋게 내기 위해서 일부러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 거기에 배후가 있다는 구체성 있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되는 중이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더 킹' '관상'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와 이병헌, 전도연,임시완, 김남길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8월3일 3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이후 '비상선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한 주 앞서 개봉한 '한산:용의 출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문제는 '비상선언'의 악평을 누군가 조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구심이 개봉 초기부터 물밑에서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에서는 복수의 아이디를 활용해서 '비상선언'에 악평을 쏟아낸 회원 몇 명을 지난 4일 강퇴시켰다. 영화 실관람평인 CGV 에그지수에 남겨지는 댓글들 중에도 '비상선언'을 추켜세우는 동시에 '한산'을 깎아내리는, 이른바 '비상선언' 돌려까기식 댓글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런 댓글들은 '비상선언' 측의 이상한 행태라는 식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게재되기도 했다.

'비상선언' 개봉 이틀 뒤인 5일에는 메가박스 여러 지점에서 '비상선언'을 대규모 예매한 움직임이 있었고 그 결과로 '비상선언' 예매율이 올라가 '한산:용의 출현'을 제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역시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비상선언' 측에서 긴급히 메가박스에서 심야 상영 이벤트 테스트를 한 것이라고 알리면서 진화되긴 했지만 의혹을 품은 글들이 그뒤에도 계속 떠돌았다.

수면 아래 있던 의구심들은 6일 영화평론가 김도훈 등을 비롯해 몇몇 영화 관계자들이 자신의 SNS에 문건 형식의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됐다.

해당 글은, 바이럴 회사 XXXX이 -CJ 영화 패키지 투자로 많은 손해를 봤고, 여름 영화는 '비상선언'만 빼고 개봉 중인 'XX'과 곧 개봉한 "XX'에도 모두 투자. 곧 제작될 'XXXX3'에도 투자하고 바이럴도 맡아서 할 예정. 영화 당 바이럴 비용은 5천 정도. 개봉 중인 'XX'와 '곧 개봉할 'XX'는 좋게 바이럴하면서 '비상선언'은 에그와 악평 모두 모아 클리핑해서 바이럴 중. 최근 익무 등 커뮤니티에서 강퇴당한 아이도 이 업체 것으로 추정. 주요 영화 커뮤니티는 모조리 장악에 들어간 상태. 원래 음원 사재기로 음반 업계에서는 악명이 높음. 시사 프로그램들에서 지속적으로 추적 중. 이라는 내용이다.

이후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글의 진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특정 영화를 망가뜨리려는 역바이럴이라는 기괴한 움직임이 있고 이해 관계자가 그걸 진행한다는 주장인 탓이다. 이 글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 외에도 어쩐지 '비상선언'에 대한 악평이 많다는 글들과 자신이 영화를 본 감상이 특정업체에 의해 조작됐냐는 뜻이냐, 이익을 보기 위해 좋은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을 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망하게 하기 위해 역바이럴을 하면 무슨 이익이 있냐 등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선언'에 대한 여러 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악평을 올렸던 회원들을 제명했던 익스트림무비에서도 '비상선언' 역바이럴과 관련해 운영진이 관련 입장을 정리한다고 했다가 법률적인 검토를 한 뒤에 밝힌다고 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SNS와 커뮤니티에서의 여론과는 별개로 '비상선언'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는 일찌감치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있었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비상선언'에 대한 악평과 흠집을 내려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 실제로 '비상선언' 흠집내기에 일조한 '비상언언' 새벽 스페셜 상영회는, 메가박스의 이벤트였는데 '비상선언'을 겨냥해 논란이 야기된 까닭도 있다. 메가박스는 자사 투자배급작인 '헌트'와 묶어서 '비상선언'과 '헌트', '한산'과 '헌트' 등으로 새벽 상영 이벤트를 기획했다. 팬데믹 이후 이런 새벽 및 심야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없어서 테스트 차원에서 각 사이트를 점검한 것.

이 테스트가 갑자기 '비상선언'을 겨냥한 논란으로 불거지자 자칫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쇼박스 실무진이 4일 오후 메가박스 실무진에게 이 이벤트와 관련한 해명과 대처를 해달라고 긴급히 요청했다. 이후 쇼박스 대표마저 나서서 메가박스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해서 이날 밤 테스트였다는 공지가 나오게 된 것이다.

쇼박스는 각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비롯해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상선언' 악평이 특정 업체 SNS에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동시에 올라온 정황 등에 대해 관련 자료들을 모으며 배후에 특정업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SNS에 폭로글이 올라온 것. 쇼박스는 '비상선언'이 현재 관객의 평가를 받으며 상영 중인 만큼 조용히 자료들을 모으고 있다. 만일 영화 이해 관계자가 특정 영화를 죽이기 위해 역바이럴을 한 게 사실이라면 한국영화산업에 매우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기에 신중히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비상선언' 역바이럴 논란은 영화계에서 특히 민감하게 여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여름 영화시장에서 입소문이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영화관람료가 인상된 까닭에 과거처럼 한 시즌에 개봉한 여러 영화를 차례로 보는 관람 패턴에서, 입소문이 좋게 난 영화를 기다렸다가 골라서 보는 패턴으로 바뀐게 드러났다. 그렇기에 입소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런 와중에 투자한 영화는 바이럴로 밀어주고, 투자하지 않은 영화는 역바이럴로 망하게 하는 업체가 있다는 폭로글은 메가톤급 이슈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상선언' 역바이럴은 실체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역바이럴 때문에 '비상선언' 흥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인지, 바이럴 마케팅이 특정 영화 흥행 여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있을까.

일단 '비상선언' 역바이럴 업체로 지목당한 회사 'XXXX'은 바로 바이포엠스튜디오다.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한동안 가요계에서 이슈가 됐던 회사이기도 하다.

실제 바이포엠은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외계+인'과 '한산:용의 출현' '헌트'에 투자했다. CJ ENM의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에도 투자했다. '범죄도시3'과 범죄도시4'에도 투자한다.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올 상반기 한국영화 여러 편에 총 200~250억원 가량 투자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투자사인 건 분명하다.

유귀선 대표는 '비상선언' 역바이럴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바이럴 마케팅을 하면서 잘 되라고 마케팅을 했지, 망하라고 역바이럴이란 걸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역바이럴이란 말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비상선언'과 관련한 역바이럴을 우리 회사가 하고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와 무관하다"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만일 바이럴을 해서 흥행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역바이럴을 해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투자한)'외계+인'은 왜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게 글을 올린 평론가에게 우리가 무슨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SNS에 문의도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을 함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그렇다면 '외계+인'과 '한산' '헌트' 등 '비상선언'을 제외한 올 여름 (바이포엠이 투자한)한국영화들 중에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영화는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건 케이스바이케이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바이럴 마케팅을 할 경우에는 비밀조항이 계약서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답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가요계에서도 신생 회사가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좋은 결과를 내자 반발이 컸다"며 "이제 우리 회사가 영화업계에 새롭게 진입하자 비슷한 일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이야기처럼, 바이포엠은 가요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제 영화계에 진입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설 것 같다.

'비상선언'과 관련한 역바이럴이 진행됐는지, 다른 영화들에 대한 바이럴이 진행됐는지, 그게 관객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줬고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바이럴과 역바이럴이, 특정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사실 확인하기가 어렵다. 호평글과 불호글이 바이럴 마케팅으로 작성된 것인지, 그렇게 작성된 게 실제로 관객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관객의 선택이 특정 바이럴에만 영향을 받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으며, 그럴 가능성도 낮다. 다만 여론의 추세를 특정 바이럴이 유도할 수는 있으며, 거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비상선언' 역바이럴도 정황은 있지만 실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영화와 관련한 바이럴 마케팅이 이제 본격화될지, 역바이럴이란 게 실체로 떠오를지, 그게 실제 관객의 선택에 영향을 줄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일 터라, 영화계가 매우 예의주시할 것 같다. '비상선언'과 관련한 논란은 그런 면에서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냈다.

이와는 별개로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사전 시사회와 그에 따른 입소문도 올여름 영화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건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외계+인'만 익스트림무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았다. '외계+인'에 대한 호불호가 퍼진 과정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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