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더 자신있게 던져" 170㎝ 1루수는 몇 번이고 다리를 찢을 수 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8.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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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수 김태진이 다리를 찢어 1루로 향한 송구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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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태진(왼쪽)이 /사진=키움 히어로즈
"다리 찢기요? 다행히 허벅지는 유연하게 타고 나서 괜찮아요."

최근 키움 경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김태진(27)의 1루 수비다. 후반기 들어 내야진의 아쉬운 수비가 도마 위로 오른 가운데 악송구가 나올 때마다 다리를 찢어 공을 낚아챈다. 덕분에 평균 23세의 어린 내야수들은 거침없이 1루를 향해 공을 뿌려댄다. 이조차도 맏형의 독려가 있었다. 동생들의 공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다리를 찢는 플레이 정도는 몇 번이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맏형의 마음이다.


6일 잠실 LG전에서 만난 김태진은 "나도 내야수다 보니 악송구를 많이 해봐서 (키움 다른 내야수들의) 고충을 안다. 그래서 내가 웬만하면 위에다 던지지 말고 바닥에 던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급한 마음에 던지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레 공은 뜨게 된다. 그렇게 뜬 공은 동료들이 받기 어려울뿐더러 최악의 경우 먼 곳으로 날아가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강한 어깨를 지닌 이정후(24)가 홈까지 다이렉트 송구를 할 수 있음에도 원바운드 송구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태진은 "위를 향해 던지면 잡는 데 한계가 있다. 밑으로 던져야 막을 수 있고 팔을 뻗어 잡기라도 한다. 선수들에게는 '못 던져도 괜찮아. 나도 많이 그랬어. 또 잘못해도 되니까 더 강하고 자신 있게 던져'라고 많이 말한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성장 중인 것은 김태진도 마찬가지다. 주로 1루수로 나서고 있지만, 1루는 그에게도 낯선 포지션이다. 키움 이적 후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1루 글러브를 잡았다. 그래서 때로는 아쉬운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선수로서 작은 편에 속하는 170㎝의 키는 '1루 수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는다.

김태진은 "쉬운 포지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키 크고 덩치 좋은 커포가 1루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 팀에도 좋은 형들이 있지만, 감독님께서 팀에 좀 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나를 선택한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루 수비가 어렵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다. 오히려 (1루수는 키가 큰 선수만 해야 한다는)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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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태진이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전 5회말 무사 1루에서 이용규 번트 시도 때 2루 베이스에 도달했다. /사진=뉴시스


이번 잠실 LG전은 그에게는 조금 특별했다. 지난 5월 26일 같은 장소에서 김태진은 1루 수비 도중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파열됐다. 4월 24일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한 이후 타율 0.308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던 터라 더욱 아쉬웠던 부상이었다.

김태진은 "잠실야구장이 부담된다는 말보단 여기선 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면 내 플레이가 더 안 나온다. 조심하면서도 마음은 편하게 먹고 나갔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올 시즌에만) 두 번째 부상이었다. 계속 다치다 보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 팀도 상위권에 올라와 있어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복귀 후에도 김태진표 허슬플레이는 여전했다. 큰 부상으로 위축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리 찢기는 물론이고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는다. 팬들은 그런 김태진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켜본다.

김태진은 팬들의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내 플레이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어떻게 팀에 긍정적인 영향과 시너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말 간절하게 하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한 베이스라도 뛸 수 있길 바란다. 김태진은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면 팀에 점수를 줄 수 있는 발판을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수비에서도 내야수들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처럼 잡아줄 수 있는 것을 잘 잡아주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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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태진./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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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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