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빈틈·숨 쉴 틈 없는 '수작'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30 13:00 / 조회 :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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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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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 사진=영화 스틸컷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쫓고 쫓기는 사냥터. 이정재와 정우성이 뜨겁고 강렬하게 부딪히는 영화 '헌트'는 빈틈도, 숨 쉴 틈도 없다.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 분)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남파 간첩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하며 쫓고 쫓기는 사냥이 이어진다.

상대방이 '동림'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자신이 의심받게 되는 외줄타기의 상황 속,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대통령)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사람은 마지막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영화는 초반부터 등장하는 '박평호'와 '김정도'의 실체를 알 수 없는 기싸움, 실내 총격신까지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여기에 극의 축이 되는 두 사람의 대립 관계에 대한 서사를 치밀하게 쌓아간다. 영화는 보통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헌트'는 '박평호'와 '김정도'는 선악으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시선에서 끝까지 누가 스파이인지 의심하게 된다. 정답을 쉽게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도 '헌트'의 장점이다. 주인공들의 선택과 이어지는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탓에 관객들도 계속 의심하고, 추리한다.


특히 '헌트'는 1980년대 실제로 벌어진 우리나라 주요 역사와 인물, 그리고 픽션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부터 북한 조종사 이웅평 귀순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을 모티브로 한 사건들은 인물들의 신념이나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그 의미를 더한다. 영화 속 아웅산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엔딩은 주인공들의 마지막 결정과 흥미진진한 총기 액션이 더해져 압도적인 몰입도를 선사한다. 역사를 알고 간다면, 영화에 대해 더욱 흥미롭게 느낄 만하다.

이렇듯 영화는 관객과의 밀고 당기기를 적절하게 해내며 인물들의 심리전을 성공적으로 그리면서도 도심을 종횡무진 누비는 카체이싱부터 대규모 폭파까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다채로운 액션까지 보여주며 첩보 액션 드라마가 지닌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이를 완성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헌트'를 통해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재회한 이정재, 정우성은 기대를 확신으로 바꿨다.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데 이정재와 정우성은 자신의 신념 아래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딜레마에 빠지는 입체적인 연기를 펼치는데 특히 정우성은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두 사람이 함께할 때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서로 쫓고, 쫓기고, 의심하며 대립하고, 결국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서 호흡할 때의 아우라는 가히 압도적이다.

여기에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것은 물론,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보는 재미를 높인다.

러닝타임 125분. 8월 10일 개봉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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