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표절 논란에 무너진 '스케치북', 아쉬운 13년 세월 [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2.07.23 08:00 / 조회 : 2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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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3년 세월을 지나 600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상황을 그다지 좋지 않다. MC이자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그간의 명성과 세월을 모두 부정당했다.


지난 22일 KBS 2TV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이 막을 내렸다. '스케치북'은 다양한 아티스트를 초대해 무대를 보이는 음악 라이브 토크쇼다. 양희은, 최백호 등 레전드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개그맨, 운동선수 등 다채로운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중 가요를 포함해 인디, 힙합, 국악, 밴드 등 비주류 음악도 함께하며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다.

'스케치북'이 종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MC 유희열이다. 앞서 유희열의 곡 '아주 사적인 밤'과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가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유희열은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됐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되었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류이치 사카모토는 입장문을 통해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의 논란은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또 다른 곡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Happy Birthday to You'(2002)과 '안녕 나의 사랑'(2008)와 'Please Don't Go My Girl' 등 다수 곡이 언급됐다. 유희열은 거듭된 의혹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면서도 "프로그램과 제작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까지 마지막 녹화를 진행한다"고 출연 프로그램의 하차 의사를 전했다. '스케치북' 제작진은 "섭외와 방청 신청이 완료된 7월 22일 방송분까지 정상 방송하고 이후부터는 '스케치북'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종영인 셈이다.

'스케치북'은 단순히 시청률로 판단해선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주류와 비주류를 동시에 소개해 많은 아티스트에겐 희망을, 시청자들에겐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장을 마련했다. 특히 '스케치북'은 유희열의 감각에 맞춰 뛰어난 가수를 발굴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이유다. 아이유는 신인 시절 당당하게 기타를 들고 '스케치북'을 찾았다. 당시 빅뱅의 '거짓말'을 열창한 그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유희열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아이유는 "저때 내가 신인이었고 인기도 없을 때였다. 인지도를 알리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뿐만 아니라 십센치, 장미여관, 신현희 등은 데뷔 초부터 유희열을 만나고 '스케치북'의 무대를 가지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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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스케치북' 600회 /사진=KBS
이러한 '스케치북'의 상징성은 심야 시간대, 시청률 1%, 적은 화제성이라는 조건이 붙어도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다. 이 때문일까. 시청자뿐만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도 '스케치북'의 폐지를 아쉬워하고 있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사실상 제작진과 연예인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싶다. 프로그램 자체가 그 사람의 이름에 오랫동안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폐지 얘기까지 나온 거 같다. 그러나 이 사람이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제작진이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개인의 잘못으로 프로그램 폐지되는 건 과한 처사같다. 연좌제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확대된 비난"이라며 "물론 당장 다른 MC로 대체하거나 빠르게 변화를 주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지언정 프로그램 폐지는 너무한 일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스케치북'은 '노영심의 작은음악회'(1992년 4월11일∼1994년 4월29일)를 시작으로 '이문세쇼'(1995년 9월16일∼1996년 10월12일),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년 10월19일∼2002년 3월30일),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년 4월6일∼2008년 11월14일),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년 11월21일∼2009년 4월17일)를 이어 KBS 심야 음악방송 명맥을 이어온 최장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렇듯, 그들이 가진 정통성과 상징성은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얼룩지기엔 아깝다.

현재 제작진은 추후 행보와 관련해 논의 중이다. 아쉽지만 불명예스럽게 종영한 '스케치북'은 뒤로 하고 새 MC와 새 프로그램이 KBS 심야 음악방송의 뒤를 잇길 바란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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