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맞은 다음 날, 이의리는 이정후를 찾아갔다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7.06 12:19 / 조회 : 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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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왼쪽)와 키움 이정후./사진=OSEN
"(이)정후 형이 말해준 게 있는데.... 형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아기 호랑이' 이의리(20·KIA 타이거즈)가 자신의 프로 2년 차를 돌아보다 문득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이름을 꺼냈다.

안 그래도 궁금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는 이의리의 표정은 해맑았고, 올 시즌을 중간 점검하는 대화 속에 유독 '차근차근', '하나하나', '씩씩하게'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왔다. 이의리는 "6월은 악몽 같았지만(평균자책점 6.51),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남은 경기에만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 부족한 부분은 올스타 브레이크 때 고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기록이 괜찮은 것도 있어 만족하고 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은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생긴 이의리였다. 자신감을 갖고 임한 시즌 초반에는 퍼펙트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6월이 되자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이정후는 타율 0.364(11타수 4안타) 3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606으로 이의리를 어렵게 한 선수였다. 6월 28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이정후는 3점 홈런을 쳐 이의리에게 5⅔이닝 5실점 패전을 안겼다.

홈런을 맞은 다음 날, 이의리는 이정후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놨다.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고. 지난해보다 공이 괜찮은 것 같아 욕심이 난다고. 이에 이정후는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욕심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다독이면서도 "하지만 그건 야구가 안 된다기보단 실력에 가깝다. 그 부분을 인정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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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오른쪽)가 지난달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5회말 1사 1, 2루에서 KIA 이의리에게 스리런을 때려내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사진=OSEN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이정후에게 이 대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이)의리는 정말 좋은 선수다. 최고의 공을 가지고 있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물어본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런 고민과 질문은 당연하다"면서 "의리나 나나 마찬가지다. 프로 무대에서 우리처럼 어린 선수들은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없다. 못하면 못 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그때그때 나오는 퍼포먼스가 우리 실력이다. 당장 나만 해도 지금 잘한다고 해서 이 성적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전수전 다 겪으신 선배님들은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고,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할지 알고 계시다. '올라올 사람은 올라온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어린 선수들은 아직 그런 것이 없다. 그 부분을 (이)의리에게 말해줬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프로 1년 차부터 1군 기회를 받은 고졸 신인들이다. 이정후는 "보통 우리 또래는 군대를 가거나 2군에 있다. 하지만 나와 (이)의리는 어린 나이에 1군에서 좋은 기회를 받으며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의리에게 '우린 축복받은 것'이라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이의리는 2년 차 만에 KIA 선발진을 이끄는 주축 선수로 우뚝 섰지만, 아직 만 20세의 어린 선수다. 이정후는 이 점을 언급하면서 "스스로 안 좋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안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의리 나이대에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사실 나도 20살, 21살 때처럼 야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난 이제 그렇게 못한다. 연차가 쌓였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살, 21살 때는 나가서 공을 던지고, 잡고, 치고, 뛰고 단순하게 야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면서 실력이 늘었다. 연차가 쌓인 지금은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가 있지만, 의리 나이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의리에게도 '네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씩씩하게 네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을 써'라고 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었다.

이렇듯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은 동생은 마음을 비웠다. 이의리는 "(이)정후 형이 하는 말인데 들어야죠.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정후 형, (양)현종 선배, (임)기영이 형, 김상훈 KIA 배터리 코치님 등 내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팀이 올해의 나에게 원하는 것은 다치지 않는 것 같다. 건강한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이닝 소화 등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난 아직 2년 차이고 18년은 더할 생각이라 앞으로 더 발전하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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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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