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랑 건강히 오래오래 보자" 박용택의 감동 초대 1인, 왜 그가 레전드인가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7.04 19:23 / 조회 : 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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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용택(왼쪽) 해설위원과 신동현(가운데) 군, 신 군의 아버지 신인철씨. /사진=김우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계속 미뤄지다가 그라운드를 떠난 지 1년 8개월 만에 열린 은퇴식. 그리고 레전드는 꼭 초대해야 할 손님 1명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용택(43)이 3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그라운드와 영원히 작별을 고했다. 잠실구장 전체 2만3750석이 가득찬 가운데, 꿈을 이룬 전설은 행복하고 유쾌하게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많은 그의 지인들도 경기장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은퇴식에 앞서 박용택은 "부모님과 많은 분들께서 오신다. 한 달 전부터 초대할 분들을 떠올렸다. 구단에서 더 이상 표를 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최대한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초청했다. 그런데 아침에도 양치를 하는데 '아차' 하며 또 생각나는 분들이 있더라"고 말했다. 다른 일도 많은 텐데, 초대할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했던 박용택이었다.

그런 그가 꼭 잊지 않은 특별한 초대 손님 1명이 있었으니, 바로 신동현(19) 군이었다. 박용택과 신 군의 첫 만남이 이뤄진 건 봄비가 내리던 지난해 5월, 장소는 잠실구장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좋아한 신 군의 꿈은 바로 박용택 해설위원을 만나는 일. 마침내 주위의 도움이 이어지면서 둘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박용택의 은퇴식이 계속 미뤄지던 시기였다. 그 당시 박용택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형의 은퇴식이 열리는날 꼭 초대할게."

이후 약 1년 1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박용택의 은퇴식이 열렸다. 박용택은 신 군을 잊지 않고 표를 직접 구입해 경기장에 초대했다. 이날 경기 전 잠실구장 일대 교통이 거의 마비되면서, 신 군은 아버지와 함께 경기 시작 후 가까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얼마 후 박용택이 특별 중계 해설을 마친 뒤 신 군을 찾아왔다.

신 군은 어릴 적에 근육이 위축되는 질환인 뒤셴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박용택은 신 군을 만나자마자 건강 상태부터 물었다. 다행히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 군은 박용택의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편지까지 준비했다. 신 군을 대신해 어머니가 직접 쓴 자필 편지였다.

"안녕하세요. 박용택 선수님. 저 동현이에요. 은퇴식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뵙게 돼서 좋아요. 최강야구(JTBC)도 잘 보고 있어요. 홈런 칠 때 엄청 멋있었어요! 앞으로 하시는 일 다 잘 되시고, 건강하게 지내다 나중에 또 뵐 수 있을 때 봬요. 항상 응원할게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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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현 군이 박용택의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편지.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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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선물한 입장권에 사인을 하고 있는 박용택(왼쪽) 해설위원. /사진=김우종 기자
신 군과 한참 인사를 나눈 박용택은 "이제 다음에는 어느 곳에 초대를 해야 하나. 아, 컨디션 좋을 때 최강 야구 한 번 보러 올래? 사람도 많지 않고 좋을 거야. 컨디션 좋을 때 꼭 와"라고 말했다.

신 군은 "고맙습니다"라며 인사했다.

헤어질 시간이 다 될 즈음, 박용택은 미리 준비해놓은 표를 전달했다. 그런데 박용택 위원이 갑자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 어디 펜이 없나?"

'사인택' 박용택이 표에 직접 사인을 해주고 싶었던 것. 신 군의 아버지가 "집에 (박용택의) 사인볼이 있다"고 하자, 박용택은 "아 그래도 왜냐하면, 이제 제 얼굴이 나오는 표는 아마 없을 테니까요"라고 말하면서 결국 사인을 해줬다. 그리고 박용택이 선물한 표에는 그의 가득한 진심도 함께 적혀 있었다.

"동현아. 건강하게 형이랑 오래오래 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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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위원이 선물한 입장권. /사진=브리온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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