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눈물택...' 아내 얘기에 끝내 눈물 왈칵 "후배들이여,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다" (종합)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7.03 21:32 / 조회 : 8515
  • 글자크기조절
image
박용택 해설위원이 3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고별사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image
박용택 해설위원이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LG 트윈스의 심장' 박용택(43)이 끝내 눈물을 흘리며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박용택의 등번호 33번은 LG 트윈스 역사상 3번째 영구 결번으로 남게됐다.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늘 모범을 보였던 '그라운드의 신사'가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지난 2020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박용택의 공식 은퇴식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은퇴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좋은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마침내 열리게 됐다.

박용택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많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팬 분들께 사인을 해드리면서 '진짜 오랜 시간 함께해줘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계속 울컥하더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이날 박용택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LG 레전드가 떠나는 날, 후배들은 더욱 똘똘 뭉쳐 승리라는 선물을 했다. LG 선수들 모두 박용택의 영구 결번 '3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등번호 위에는 '용암택', '소녀택', '사직택', '별명택', '기록택', '울보택', '눈물택' 등 박용택의 수많은 별명들이 적혀 있었다.

박용택의 휘문고 후배 임찬규는 '휘문택'이라는 이름과 함께 더욱 힘을 냈다. 5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몸에 맞는 볼과 함께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승부처는 양 팀이 1-1로 맞선 7회말이었다. 롯데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2사 2,3루 기회서 채은성이 중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어 오지환이 쐐기 중전 적시타를 치며 결국 LG가 롯데에 4-1로 승리했다.


image
LG 트윈스 선수들이 등번호 3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 후 승장 류지현 감독은 "오늘 승리는 박용택의 은퇴식을 위한 우리 모두의 승리다. 잠실구장을 꽉 채워주신 2만3750명 팬들의 승리를 향한 염원과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경기에서 임찬규가 부담이 가장 컸을 텐데, 최고의 경기로 팬들과 박용택에게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잠실구장은 올 시즌 첫 LG 홈경기 매진 사례를 내걸었다. 2019년 9월 29일 LG-두산전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의 LG 홈 경기 매진이었다.

경기 후 등번호 33번과 박용택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통천이 외야 전광판을 사이에 두고 관중석에 내걸렸다. 잠실구장을 밝히고 있던 전광판 조명이 꺼졌다. 1루 LG 홈 관중석은 물론, 3루 쪽 관중석도 빈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얀색 정장을 차려입은 박용택이 홈플레이트에 설치된 둥근 무대 위에 섰다.

팬들은 과거 박용택을 대표하는 응원가(원곡 New Ways Always)를 단체로 불렀다. 저작권이 있는 응원가였지만, LG 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날 하루만 사용이 가능했다. LG 관계자는 "해당 응원가의 원곡 제작자인 방시혁과 피독, 박정아가 영예롭게 은퇴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해당 곡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함에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차명석 LG 단장이 그라운드에 입장해 박용택의 33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고 선언했다. 41번의 김용수, 9번의 김용수에 이어 구단 역사상 3번째 영구 결번이었다.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구단에 반환한 박용택. 김용수와 이병규 코치가 나와 박용택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어 김용달 삼성 코치, 손주인 삼성 코치, 키움 투수 정찬헌, 이동현 해설위원, 이진영 SSG 코치, 정성훈 해설위원, 류지현 감독, 딸 박솔비 양이 차례로 전광판에 등장해 축하 인사를 보냈다.

박용택은 고별사를 낭독했다. 대본은 없었다.

박용택은 "저 생방송 MC인 거 아시죠. 대본 따위 집어치우겠습니다. 롯데 팬 분들 계시나요. 그 어떤 팬분 들보다 제 은퇴를 가장 기뻐하셨을 '사직택' 박용택입니다"라며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제가 은퇴한 지 1년 8개월이 됐다. 정말 아무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많이 떨린다. 지금 흘리는 건 눈물이 아니고, 앞으로 흘릴 건 눈물이 아니다. 오늘 날씨가 정말 덥다. 최고 기온이 몇 도인지 아시나. 33도라고 하더라. 머리가 하얘지네요"라고 했다.

그는 "저는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저는 즐겁게 야구를 한 적이 없다. 즐겁게 해서는 안 되더라. 입단할 때 김용수 선배의 (영구결번)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제 꿈이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이)병규 형. 왜 가족도 아닌데 병규 형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올까요. 제 롤모델이자 라이벌이었다. 제 목표였다. 넘어서고 싶었다. 병규 형이 은퇴를 할 때 확실한 제 목표가 됐다.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 3호(영구결번)가 됐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image
경기 전 박용택(왼쪽)의 캐치볼 모습을 보고 있는 LG 선수들. /사진=뉴스1
박용택은 "은퇴사를 폼나게 하고 싶었다. 저 (지금까지) 진짜 안 울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다. 후배들한테 딱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제가 지금했던 이 얘기, 가슴 속 깊이 진심으로 새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쉬운 게 딱 하나 있죠. 우승인지, 우승 반지인지는 모르겠다. 저는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한다. 우승 반지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여기다 끼고 은퇴한다"며 가슴을 툭툭 쳤다. 팬들은 박용택을 연호했다.

눈물을 끝까지 참으려고 했지만 아내를 떠올리자 끝내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박용택은 "마지막으로 한국 프로야구와 LG 트윈스…"라면서 "아,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그가 급하게 머릿속에 떠올린 건 바로 아내였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뻔했다"며 아내의 이름을 부른 뒤 한동안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밥 잘 얻어먹으려면 이 말 멋있게 잘해야 한다.(웃음) 힘든 시간과 어려운 시간, 저와 다르게 정말 묵묵히 어떤 티도 내지 않고 옆에서 언제나 잘 될 거라고 내조해줬다. 사랑해"라며 눈물을 훔쳤다.

끝으로 그는 "선수가 은퇴를 하면 팬들은 더욱 확실하게 느낀다.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알고, 손주가 생기면 그런 마음을 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감사하고 사랑한다. 여기 계신 모든 팬 분들, 한국 야구 팬 분들, 우리 LG 트윈스 팬 분들, 우리 LG 선수들, 한국 야구를 위해 힘차게 파이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후배들로부터 힘찬 헹가래를 받은 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박용택. KBO 리그 19시즌 통산 타율은 0,308. 그가 때려낸 2504개의 안타는 KBO 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으로 남아 있다. 2루타 441개, 3루타 44개, 213홈런, 1192타점, 313도루, 장타율 0.451, 출루율 0.370. 또 한 명의 살아있는 레전드가 19년 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image
박용택(가운데)이 3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시구 행사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