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운명적인 입단에 '열혈팬' 외조부는 롯데 팬심마저 접었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6.30 06:55 / 조회 : 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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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휘집(사진 오른쪽 아래)이 지난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전이 끝난 후 3루 관중석을 찾아 외할머니(주황색 원)와 외할아버지(노란색 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0)의 성장 배경을 듣다 보면 그는 어떻게든 야구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揮(휘두를 휘), 執(잡을 집), 태어날 때 친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한화 팬이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방망이와 야구공을 쥐여주며 목동야구장을 데리고 다녔고, 자연스레 김휘집은 히어로즈 팬이 됐다. "적어도 내 기억 속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는 진 적이 없다"고 기억할 정도로 자부심 넘치던 소년은 운명처럼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도 내가 키움에 입단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정말 생각도 못 한 일이라 기분이 남다르긴 하다"라고 얼떨떨한 감정을 드러낼 정도.

여기까지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김휘집의 성장사다. 그렇지만 그에겐 든든한 후원자가 또 있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그를 길러준 외조부모다. 28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만난 김휘집은 "외조부모님이 부산에 사시는데 어릴 적에는 외할머니가 서울로 홀로 올라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키워주셨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거의 어머니 역할이었다. 그런 만큼 추억이 엄청 많아 딱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미소 지었다.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이 키움의 9-4 승리로 끝난 후 김휘집은 3루 쪽 관중석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았다. 24일은 팀이 져서, 25일은 서로 엇갈려서 뵙지 못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외조부모를 발견한 김휘집은 활짝 웃으며 안부 인사를 전했다. 이때 스타뉴스와 만난 김휘집의 외할아버지는 "(김)휘집이가 부산 원정에 올 때마다 매일 경기장을 찾는다. 집사람이 휘집이를 길렀는데 참 잘 자라줬다"고 손자의 성장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외할아버지는 야구 선수 김휘집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날도 손자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무언가를 말하는 장면이 잡혔다. 이에 김휘집은 "스윙할 때 자꾸 넘어지다 보니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물어보셨다. 그 외에는 항상 파이팅하라고 해주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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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휘집./사진=뉴시스


외손자를 향한 사랑에 평생 응원했던 롯데 팬심마저 잠시 접어둔 열혈팬이었다. 김휘집은 "외할아버지가 야구를 정말 좋아하신다. 부산에 계속 사셔서 롯데 팬이셨는데 내가 키움에 입단한 후로는 키움 팬이 다 되셨다. 매번 재밌게 우리 경기를 챙겨보시는 것 같다"면서 "내가 어떤 선수가 되길 바라기보단 다치지 말고 건강히 뛰길 바라신다. 때로는 '초구 직구를 노리라'거나 '배트 스피드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등 야구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고 웃었다.

그런 만큼 김휘집으로서는 부산에 오면 더 힘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사직 시리즈(5월 27일~29일)는 2경기 연속 타점을 뽑아내며 스윕을 이끌었고, 이번 6월 시리즈(6월 24~26일)에서는 한 차례 멀티 히트로 팀의 위닝 시리즈에 일조했다. 물론 손자로서는 더 큰 한 방을 보여드리고픈 마음이 크다. 김휘집은 "(외조부모님이 오셔서) 홈런을 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홈런을 치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산에 가면 늘 홈런을 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김휘집은 29일까지 44경기 타율 0.278, 1홈런 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1을 기록하며 데뷔 시즌에 비해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완만한 성장세에 히어로즈 유격수 계보를 이을 선수로 많은 주목을 받는 상황. 하지만 본인은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외조부모님께 남기고 싶은 말이 없냐는 말에 김휘집은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 그 말이 최고인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남은 기간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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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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