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찬욱 "탕웨이X박해일, 항상 나를 놀라게 해"[★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03 10:30 / 조회 :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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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왔다. '헤어질 결심'은 이 배우들이 아니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 "탕웨이와 박해일은 나를 항상 놀라게 한다"고 말하는 박찬욱 감독의 미소에는 만족감이 묻어있었다.

최근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헤어질 결심'은 독창적인 이야기 구성과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을 통해 6년 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온다.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표현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던 박찬욱 감독은 수사멜로극 '헤어질 결심'을 통해 전작과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스타일이 다르고, 저와 처음 일해보는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이 다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반응 같다"며 "제가 이번에 하고 싶었던 것은 전 영화들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였다. 스마트 기기가 많이 등장해서 고전적인 분위기와 충돌을 일으키지만 그것대로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당나라에서 온 것 같은 인간들이 애플워치, 에어팟 쓰는 게 더 재밌지 않나"라고 웃었다.

이어 "배우들도 제가 전에 만들어낸 인물들과는 다른 것 같다. 감정 표현이 더 절제돼있다. (감정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작은 동작, 작은 표정 변화로 할 말은 다 하는 연기라고 생각한다"며 "안 그런 부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자기의 연출 능력에 대한 평가는 배우들을 통해서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배우 얼굴로 표현된다. 배우가 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거기에 나에 대한 평가도 들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박해일, 탕웨이 배우를 많은 분들이 사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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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박찬욱 감독은 배우 탕웨이, 박해일과 첫 호흡을 맞췄다. 특히 그는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 만큼 탕웨이와 박해일은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먼저 박해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영화 '연애의 목적' 때문에 실제 박해일과는 상반된 인상을 가지실 수도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모든 걸 감추고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다"라며 "저는 밥 먹는 자리나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봤기 때문에 실제 박해일이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알고 있다. 뭔가를 감추고 있기는커녕 투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생각이 엉뚱하기는 한데 그게 감춰져있지 않고 다 드러나서 재밌다. 웃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는데도 사람들을 자주 웃기는 그런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탕웨이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원했던 배우였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은 "남자 캐릭터는 제가 생각한 형사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틀이 잡혀있었는데 여자 주인공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이 탕웨이와 함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외국인이어야만 하는 각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색, 계' '만추' 등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매력에다가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배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때는 범접하기 어려운데 장난기도 있더라. 이런 모든 것들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다"라며 "탕웨이는 생각이 깊고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진 배우다. 참 좋았고, 탕웨이와 박해일 모두 항상 저를 놀라게 한다"라고 칭찬했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는 '올드보이'의 미도,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박쥐'의 태주, '아가씨'의 히데코와 숙희 등 매 작품 잊을 수 없는 독창적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 온 박찬욱 감독의 여성 캐릭터의 명맥을 잇는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점으로 두는 포인트나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그런 거 없다. 남자, 여자 다 똑같다. 성별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사람 개인으로 생각한다.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배우에 맞춰서 그 배우가 잘하는 것과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면, 또는 이 배우가 이런 걸 하면 더 흥미롭겠다고 생각하는 면을 각본에 뒤늦게 집어넣으려고 한다.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비로소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여성인 정서경 작가와 일을 하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는 서툰 한국어지만 예상치 못한 표현과 답변으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며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한국말인데도 우리와는 다른 발음으로 소리를 들었을 때 낯설기 마련이다. 말이라기보다는 소리처럼 들리고 소리가 가진 의미를 음미하게 되고, 한국인이면 무심코 지나갈 일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 하나가 쏙쏙 들어오면서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연애할 때가 아니어도 어떤 인간관계든지 답답할 때가 있는데 상대방의 진의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장도 이해해야하고 표정, 손짓, 발짓, 눈빛, 말하는 억양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며 "통역 애플리케이션이 내용은 전달하지만 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면 여기 담긴 뜻이 무엇인지 잘 파악이 안 된다. 표정과 손짓을 끌어내서 합쳐야 하는 능동적인 과정, 그런 걸 관객이 다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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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또한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이어지는 공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부산과 이포, 마치 1부와 2부로 나눠져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찬욱 감독은 "편집을 6달 정도 했다고 치면 3달 정도는 파트1, 파트2로 나눠져 있었다. 그 구성은 변함이 없는데 초창기에는 정식으로 산과 바다라는 자막을 넣고 챕터 구분을 했는데,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다 보니까 관객의 입장에서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면 '이만큼을 또 봐야 한다'라는 공포가 생길 것 같더라. 그래서 챕터 구분을 없애고 '13개월 후'라는 자막을 썼다"며 "1부와 2부를 나눠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파트, 두 개의 공간, 인물 구성도 대립되는 느낌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눈을 강조하는 장면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모든 건 '안개'라는 노래에서 시작됐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안개 낀 도시의 풍경을 상상하며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 흐릿한 풍경 속에서 똑바로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는 남녀의 이야기"라며 "그래서 상징적으로 눈이 중요했고, 죽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걸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후 "칸 트로피보다 한국 관객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라고 밝힌 박찬욱 감독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감독의 이름을 지우거나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근데 이제는 체념했고, 현대에 와서는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이라는 걸 받아들인다"며 "관객들이 평가를 할 개봉일을 겸허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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