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헤어질 결심', 서서히 깊게 '무너지고 깨어짐'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6.25 11:00 / 조회 :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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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사진=영화 스틸컷
영화는 안개가 낀듯이 흐릿하고 모호하다. 보는 이들은 안개를 헤치며 더 집중해서 두 주인공의 눈빛 하나, 말 한 마디를 좇게 된다.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에는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가 서서히, 그리고 깊게 마음을 적신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변사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이 발생하고,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서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충격보다는 웃음을 보이고, 거기에 남편의 학대와 폭행 흔적까지 발견되면서 그는 당연하게도 용의선상에 올라간다.

해준은 서래가 지나온 길을, 또 앞으로의 행동을 추적하고 또 관찰해야만 한다. 해준은 망원경으로 서래를 주시하고, "굿모닝"이라는 아침 인사까지 나눈다. 보통의 형사와 살인 용의자의 관계와는 명확하게 다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깊고 또 짙어진다. 특히 마지막 엔딩은 마치 내가 파도에 휩쓸린듯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헤어질 결심'에서 수사와 멜로는 분리될 수 없다. 해준이 경찰으로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래를 관찰하고 주시하는 과정과 한 인간으로서 관심을 느끼는 과정이 잘 맞물리며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해준이 "패턴을 알고 싶다"라며 핸드폰을 건네는 모습이나 자신의 방에서 서래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의심과 관심 사이 그 어딘가에 걸쳐 있다. 처음에는 범인이, 그 이후에는 두 사람 간의 감정이 점차 궁금해진다. 박찬욱 감독이 말한 것처럼 수사극 100%, 멜로 100%로 구성된 듯한 이 영화는 도합 200%의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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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사진=영화 스틸컷
특히 어질어질할 정도로 아찔하고 강렬한 해준과 서래의 관계는 배우 박해일, 탕웨이를 만나 비로소 완벽하게 완성된 듯 보인다.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 만큼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가게 한다. 항상 본분에 충실하며 유능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던 해준이 마침내 '붕괴'를 언급하고, 서래가 '무너지고 깨어짐'이라는 붕괴의 뜻을 확인하는 순간은 강렬하다 못해 뇌리에 꽂힌다.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참기 힘든 감정을 숨기려 하는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이 영화의 묘미다.두 사람은 별다른 신체 접촉 없이도 대화할 때의 눈빛, 별거 아닌 말 한마디에 동요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탕웨이의 담담하면서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정답'없는 표정은 특유의 아우라와 더해져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점차 뭔가에 휘말려드는 감정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눈빛의 박해일의 연기 또한 두말할 것 없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도덕적인 관념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완성시킨 셈이다.

여기에 영화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머'를 잊지 않고, 둘의 관계를 지켜보는 듯한 제3자의 독특한 시점의 카메라 무빙, 산과 바다를 활용한 인물들의 감정 표현까지 탁월하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역시 박찬욱'임을 증명했다. 한 번 보고나면, '마침내' 또 보고 각 장면의 의미를 곱씹고 싶어질 영화다.

6월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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