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138승-兄 타격왕-본인은 1라운드 지명, 이런 야구 가족이 있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2.06.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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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닉 고든(왼쪽).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아버지의 명성은 자식에게 득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론 그 후광이 너무 밝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야구 가족'의 일원인 미네소타 유격수 닉 고든(27)은 어떨까. 고든은 지난 주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 내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보다 먼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아버지와 형 덕분에 남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계속할 수 있었다"며 "그들이 내게 도움이 됐지 부담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에서 방출된 그의 형 디 스트레인지-고든(34)은 과거 LA 다저스에서 류현진(35·토론토)과 한솥밥을 먹을 때 리그 타격왕(2015년)과 도루왕(2014, 2015, 2017년)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이들의 부친 톰 고든(55)은 1988년 캔자스시티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투수였다. 이후 보스턴-시카고 컵스-휴스턴-시카고 화이트삭스-뉴욕 양키스-필라델피아를 거쳐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애리조나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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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필라델피아에서 투수로 활약하던 톰 고든의 모습. /AFPBBNews=뉴스1
빅리그에서 무려 21년간 뛴 톰 고든은 메이저리그 통산 138승 126패 158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의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세 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되고 1998년에는 46세이브를 기록해 이 부문 타이틀도 따냈다. 또 은퇴 직전인 2008년 필라델피아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하며 메이저리그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닉은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메이저리그 필드와 클럽하우스 등을 출입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고, 그런 환경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 되고 목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형 디 스트레인지-고든도 과거 LA 다저스 시절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동생이 지금 고등학생인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는 것은 물론 장차 빅리그에 진출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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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시절 디 스트레인지-고든. /사진=이상희 통신원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닉 고든은 고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번)에서 현 소속팀 미네소타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계약금은 무려 385만 1000달러(약 49억 8126만원). 그의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1라운드 지명자치곤 비교적 늦은 지난해 5월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첫 해 성적도 73경기 타율 0.240, 4홈런 23타점 10도루로 뛰어나지 않았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647에 불과했다. 고든은 올 시즌에도 23일 현재(한국시간) 52경기에서 타율 0.261, 1홈런 8타점, OPS 0.666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성적에 대해 본인은 "아직은 내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야구는 잘되는 시간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안 좋은 시간을 먼저 겪는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구단과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누구였냐고 묻자 그는 의외로 아버지나 형이 아닌 뉴욕 양키스의 전설 데릭 지터(48)를 꼽았다. 이유에 대해 닉은 "아버지와 형도 훌륭한 선수였지만 집에서 자주 보다 보니 유명인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나와 같은 포지션인 지터처럼 훌륭한 유격수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그를 제일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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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고든의 타격 모습. /사진=미네소타 구단 홍보팀 제공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닉에게 징크스는 없냐고 묻자 "징크스를 만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나같은 경우는 경기 전 더그아웃이나 필드에서 나홀로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유일한 징크스"라고 답했다.

메이저리그가 꿈인 어린 선수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닉 고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믿고 야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어떤 부정적인 말을 하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늘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즐겁게 야구를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매체 '베이스볼알마낙(Baseball Almanac)'에 따르면 형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경우는 통산 435건이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경우도 240번 있다고 한다.

이 중 부자를 넘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에 걸쳐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우는 다섯 가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에런 분(49) 뉴욕 양키스 감독 집안이다. 그의 형 브렛(53)은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를 무려 4번이나 수상한 올스타 출신이다. 부친 봅(75) 역시 포수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감독을 역임했고, 그의 할아버지 레이(작고) 또한 빅리그에서 뛴 올스타 내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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