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다양성·10대 부모, 예능도 틀을 깬다 [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2.06.20 07:00 / 조회 :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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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N '고딩엄빠'
확실히 트렌드를 이끄는 건 대중 문화다. 유행이 시작될 땐,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주지만 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문화만큼 좋은 매개체는 없다.

대중 문화 내에도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중 트렌드를 가장 단적으로 담아내는 건 예능이다. 예능은 단편적인 소재, 편집 기술, 자막 등 많은 정보를 '한 컷'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10대들이 사용하는 유행어, 온라인 커뮤니티 내 밈(meme) 등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대중화된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예능에 나온다면 토론 주제로 급부상한다. 이처럼 예능은 꽤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간 아이돌 서바이벌, 가족, 부부 및 연애 리얼리티가 주류였다면 최근 들어선 스펙트럼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10대 부모를 다룬 MBN '고딩엄빠'다. '고딩엄빠'는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좌충우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이다. 본래 10대들의 임신, 출산 문제는 터부시되는 주제였다. 성 문제와 관련해 많이 개방적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이 있었고 일각에선 성교육이 좀 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 가운데 등장한 '고딩엄빠'는 문제작이었다. 10대 임신, 출산 등과 정면으로 부딪힌 '고딩엄빠'는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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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고딩엄빠' 방송 캡처
10대 부모들의 적나라한 사생활이 공개됐다. 특히 시즌1에 출연했던 박서현, 이택개 부부가 화제를 모았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의 생활이 그려졌다. 그들은 힘겨웠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났다. 이택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부부 싸움을 하고 박서현이 자신을 흉기로 협박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해당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으며 '고딩엄빠' 제작진들은 "출연자의 안전한 출산과 산후조리, 건강한 아이 육아에 대해 관련 기관과 전문 NGO 단체와 함께 필요한 지원을 진행했으며 이후 두 사람의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을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두 사람의 화해를 담고자 했다. 그러나 끝까지 갈등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박서현, 이택개 부부는 이별을 택했다.

물론 '고딩엄빠'가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박서현, 이택개 부부가 부부싸움을 벌이는 동안 자극적인 내용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아이의 얼굴은 끊임없이 노출됐다. 이렇게 그들은 미디어에 얼굴을 내비친 이유 하나로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했다. 또한 '고딩엄빠'는 10대들의 임신과 출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지점은 가려져있던 10대 부부들을 전면으로 내세웠단 점이다.

'고딩엄빠'를 연출한 남성현 PD는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는 현실과는 다른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혼모 혹은 미성년자들은 임신을 할 경우 관리를 받지 못할 뿐더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능으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방법을 알아둬야 눈으로 약간의 방법을 익힐 수 있단 부분에선 칭찬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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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웨이브
이와 비슷한 예능으로는 오는 7월 방영 예정인 웨이브 '메리 퀴어', '남의 연애'가 있다. '메리 퀴어'는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은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다. '남의 연애'는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다.

최근 BL(Boy's Love의 약자) 장르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러브'가 인기를 끌며 다양한 BL 관련 작품이 드라마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예능으로도 등장한 것이다. 웨이브는 "실제로 최근 방송계에서는 '퀴어'에 대해 잘못됐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위에 있는 다양한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라며 '퀴어 프렌들리' 콘텐츠를 내세웠다. 또한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재미는 물론, 진지하게 생각하고 공감했으면 하는 사회적 화두도 던질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도 전했다.

'퀴어'는 방송에선 대중화되지 않은 주제이면서도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물론 과거 예능에선 자신이 성(性) 소수자임을 고백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성 소수자라는 걸 밝힌 상황에서 연애 등을 하는 건 최초이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애 리얼리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연출자들은 더욱 과감한 소재를 찾았고 거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해야 할 점이 많다. 출연자들에 대한 보호가 가장 먼저 우선시되어야 한다. 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그림 중심이 아니라 연출의도의 방향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라며 "MZ세대 특성상 기성세대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극을 쫓는다. 하지만 자극만을 위한 설정과 소재는 단순히 소비되고 만다. 결국 제작진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메리 퀴어'나 '남의 연애'는 앞으로 예능에 있어서도 큰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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