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굴' 정은혜 "모든 얼굴은 아름다워요"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6.25 14:00 / 조회 : 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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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의 정은혜 작가가 17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2022.06.17
"다들 왜 이렇게 예뻐요?"

기자들을 맞이하던 그의 따뜻한 미소, 뜨개질을 하면서 느리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당당한 모습, 앞으로 로맨스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던 표정까지. 실제 만난 정은혜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처럼 매력적이었다.

최근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니얼굴'의 주인공이자 tvN 화제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정은혜 작가를 만났다. 영화감독이자 아버지인 서동일 감독, 만화가이자 어머니인 장차현실 프로듀서도 인터뷰에 함께했다.

영화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 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정은혜 작가는 개성 넘치는 선이 돋보이는 캐리커처 작가로, 현재까지 약 4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 '니얼굴'은 정은혜 작가가 약 3년간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활동하며 한 명의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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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의 정은혜 작가가 17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2022.06.17
정은혜 작가는 "머리부터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러 오는 모든 사람들이 예쁘다"라고 말했다. 장차현실 씨는 "그림을 그리러 오는 사람들 중에 싸우러 오는 사람들은 없다. 즐겁게 놀러오기 때문에 표정들이 다 좋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차현실 씨는 딸이자 아티스트인 정은혜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정은혜 작가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날짜까지 기억한다고. 장차현실 씨는 "2013년 2월 23일이다. 처음 그린 그 그림을 아직도 갖고 있고, 그걸 액자로 만들었다. 그걸 본 순간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소름이 돋더라"라고 회상하며 "그림을 그릴 때는 '나 쓸모 있는 인간이지?'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림 그리는 환경을 마련했다. 저는 극성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일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은혜가 뭘 잘한다고 해서 학원을 보내고 뭘 가르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근데 그림을 그리면서 완전히 제 일을 내려놓고 은혜에게 올인했다. 내 일을 하면서 은혜를 지원하는 건 불가하다고 마음의 결론을 내렸고, 은혜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제 작업은 언제 할 거냐는 얘기를 하는데 저의 그림은 머리로 그리는 그림이다. 은혜는 그것보다 훨씬 원초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못 따라가겠다. 은혜의 그림을 보면 제가 주눅이 든다. 가끔 몰래 흉내 내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은혜 작가가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재능에 더해 '책임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서동일 감독은 "고생을 하면서도 그 현장을 견뎌냈기 때문에 지금의 은혜 씨가 있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편한 작업 환경에서 있었으면 지금의 은혜 씨가 없었을 거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한 번도 빠짐없이 나갔다"라고 밝혔다.

장차현실 씨 또한 "그림 그리고 문호리를 가면서 은혜의 의지를 봤고, 감독님은 카메라를 들고 저는 그걸 만화로 그렸다. 부모인 우리조차도 이 사람에 대한 고정 관념, 선입견이 있었던 거다. 가장 먼저 감동받은 건 우리 부부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걸 세상에 퍼트리는 일을 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리버 마켓에서, 혹독한 현장에서 그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게 감동적이었고 그걸 카메라로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감독은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도 은혜 씨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자세와 마인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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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의 정은혜 작가가 17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2022.06.17
정은혜 작가는 최근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으로 출연하며 '영옥'(한지민 분)의 쌍둥이 언니 '영희'로 출연했다. '영희'는 '영옥'의 숨겨진 가족으로, 쌍둥이 언니이지만 다운증후군이 있어 '영옥'과 떨어져 지내는 인물이다.

서동일 감독은 "대본을 받아봤을 때는 은혜 씨 파트만 받았고, 제주도 촬영 현장도 3개월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참여했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까 은혜 씨가 이렇게 주야장천 화면에 등장할 줄은 몰랐다"라며 "방송 직후에는 잘 못 느꼈는데 최근에는 어딜 가나 은혜 씨를 알아보고 인사해 주신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동네에서 술집에 갔는데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밤에 야식으로 시켜 먹는 닭발집 사장님이 술값을 계산해 주기도 하셨다"라고 말했다. 정은혜 작가는 "인기를 실감한다. 좋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였다.

정은혜 작가는 "친구들에게 드라마 링크를 보내줬는데 멋있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더라. 메시지도 많이 온다"라며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대본을 보면서 읽고 외우면서 한다. 긴 대사가 있으니까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옆에서 지민 언니가 많이 도와줬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또 한지민 언니랑 김우빈 오빠랑 같이 톡을 한다. 어떤 내용인지는 비밀"이라고 웃었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고충을 현실감 있게 다뤘다.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씨는 발달장애인들을 형제, 자매로 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해서 기쁘다고 노희경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차현실 씨는 "노희경 작가님이 둘째를 촬영 현장에 부르라고 하시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남동생이다. 최근에는 누나가 자랑스러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점에 발달 장애 관련해서 안 좋은 사건들이 쏟아졌다. 근데 드라마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발달장애인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의 불행은 사회가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장애 아이를 가졌을 때 누군가 먼저 손 내밀어주는 세상에서 노년까지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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