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구 강판, 미리 벤치와 교감" 류현진, 현지 밤 12시 넘어 전화가 왔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2.05.28 03:30 / 조회 : 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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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등판을 마친 뒤 관중석의 가족을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27일(한국시간) 원정 LAA전 6-3 승

류현진 5이닝 2실점 시즌 2승(무패)

류현진(35·토론토)과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의 첫 맞대결. 언론에서도 '한일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필자로서는 더욱 마음을 졸이며 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16년 전인 2006년 3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감독을 맡았던 우리 대표팀은 일본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를 통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2라운드를 치렀다. 그 경기장이 바로 이날 류현진과 오타니가 맞붙은 애너하임의 에인절스 스타디움이었다. 1조에 속한 한국은 멕시코(2-1)와 미국(7-3), 일본(2-1)을 연파하고 3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그때 류현진은 열아홉 살 신인으로서 프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고, 오타니는 12세 소년이었다. 세월이 흘러 둘은 양국에서 가장 비중 있는 투수로 성장했다. 류현진은 어느새 10년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베테랑이 됐고, 오타니는 빅리그에서 투타겸업의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한일전'은 늘 특별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취재진으로부터 "선수들에게 무엇을 주문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자주 받곤 했다. 그러기에 이날 더욱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면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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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은 지난 신시내티전(21일)보다 볼 스피드가 다소 떨어졌다(최고 시속은 90마일·약 145㎞). 그러나 대신 날카로운 코너워크를 선보여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이 거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이 에인절스에 강한 모습(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 이후에는 등판이 없었다. 그 사이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 정도를 제외하면 멤버가 크게 바뀌어 공격력과 투수력 모두 상당히 좋은 팀이 됐다.

하지만 류현진의 날카로운 제구 앞에 에인절스 타자들은 강한 타구를 날리지 못하고 장타 1개 없이 행운의 안타 등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OPS 1위(1.070)와 홈런 공동 2위(12개)를 달리는 트라웃과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은 오타니도 나란히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트라웃은 류현진에게 통산 13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눌리고 있다.

이날 류현진은 경기 뒤 현지시간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필자에게 승리 전화를 걸어왔다. 캐나다에 있던 부인과 딸, 그리고 한국의 부모님도 현지로 건너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전화가 늦어졌다고 한다.

투구수가 65개밖에 되지 않는데 마운드를 내려온 것에 대해 류현진은 미리 코칭스태프와 서로 교감을 통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팔이 조금 좋지 않아 벤치에서 4회부터 불펜을 준비시킨 뒤 5회를 마치고 교체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아주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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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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