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레알...' 리버풀, 4년 전 카리우스 눈물 씻어낼 수 있을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5.26 16:44 / 조회 : 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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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가 2018년 5월 유럽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와 결승전에서 패배가 확정된 후 그라운드에 엎드려 있다. /AFPBBNews=뉴스1
야구의 마무리 투수와 축구의 골키퍼는 유사점이 있다.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수호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중요한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나 골키퍼가 결정적 실수를 하게 되면 팬들의 비난은 극에 달한다. 해당 선수들도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986년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실투로 팀 창단 후 첫 번째 리그 우승기회를 날린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마무리 투수 도니 무어(1954~1989)는 3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투 하나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셈이었다.

1950년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의 골키퍼였던 모아시르 바르보자 나시멘토(1921~2000)는 우루과이와 경기 막판 결정적인 골을 허용해 '공공의 적'이 됐다. 월드컵 우승을 떼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던 대표팀이 패하자 브라질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다.

바르보자와 같은 흑인에게 브라질 대표팀 골키퍼 자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생겨났다. 심지어 1993년 그가 브라질 국가대표팀 경기의 TV 해설위원으로 선임되자 당시 브라질 축구협회장이 이를 막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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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직후 카리우스(왼쪽)의 모습. /AFPBBNews=뉴스1
4년 전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골키퍼의 결정적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비운의 주인공은 로리스 카리우스(29·리버풀). 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두 차례나 실수를 범했다. 특히 사실상 카림 벤제마(35·레알 마드리드)에게 골을 헌납한 것이나 다름없는 첫 번째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그는 팀이 1-3으로 패한 뒤 자신이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희망을 수포로 만들었다는 극심한 자책감에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후 카리우스는 터키의 베식타스와 독일의 우니온 베를린에서 임대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골키퍼로 전도유망했던 그는 자신감을 상실했다. 늘 그를 괴롭혔던 것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범한 악몽과도 같은 실책이었다.

2017~201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리버풀 클럽은 카리우스가 저지른 실책의 원인으로 뇌진탕을 거론했다. 실제로 결승전에서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 전에 카리우스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 수비의 핵이었던 세르히오 라모스(36·파리 생제르맹)와 크게 충돌했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카리우스는 뇌진탕이 실책의 원인이었다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에 복귀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5번째 대기 골키퍼였지만 경기 출전의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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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 /AFPBBNews=뉴스1
오는 29일(한국시간) 리버풀이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만나게 되는 2021~2022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다. 리버풀의 골문은 알리송 베케르(30)가 지킨다. 알리송은 카리우스의 충격적 실수가 발생한 후 리버풀이 골키퍼 이적료로는 사상 최고액인 988억 원을 지불하고 모셔온 선수다. 그는 리버풀로 이적한 뒤 클럽의 챔피언스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FA컵 우승을 차례로 이끌며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로 우뚝 솟았다.

하지만 카리우스는 올해 그 누구보다도 팀 훈련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55) 감독도 이같은 카리우스의 성실함과 축구에 대한 열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4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카리우스와 마찬가지로 상대 팀의 라모스와 충돌해 도중에 교체됐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흐(30)도 카리우스의 눈물을 씻어 주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팀 스포츠가 갖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는 동료의 실수를 감싸주는 일이다. 아무리 경기 중 한 선수가 결정적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그 실책이 그의 인생의 실패가 돼서는 안 된다.

4년 만에 재연되는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매치가 리버풀과 카리우스 모두에게 중요한 이유다. 리버풀의 응원가도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You will never walk alo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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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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