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받는 감독 위해 더 뛰었다... 김남일 웃게 만든 '투혼'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5.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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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구본철(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전만 하더라도 김남일(45) 성남FC 감독의 목표는 '승점 1점'인 경기였다. 원정인 데다 객관적인 전력차, 최근 분위기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목표였다. 외국인 선수들은 아예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원정길. 성남의 1-0 승리는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슈팅수 3-16, 볼 점유율은 25%-75%. 사실상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고스란히 챙겼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투혼의 승리였다. 이날 성남은 전반 22분 구본철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3분 뒤 권완규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다. 이후 70여분을 수적 열세 속에 치렀다.

대신 1명이 부족한 공백은 그야말로 뛰고, 또 뛰는 투지로 채웠다. 온몸을 날려 서울의 파상공세에 맞섰고, 이 과정에서 쥐가 나 쓰러지는 선수들도 속출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과 달리 성남 선수 대부분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다시피 누워버린 건 그만큼 사력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선수들이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또 버틴 이유는 김남일 감독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구본철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을 위해 뛰었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팬들의 질타만 받고 있는 김 감독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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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쓰러진 성남FC(흰색) 선수들. /사진=김명석 기자
실제 김 감독은 그야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막 8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며 직접 사퇴 의사까지 밝히고도 구단 만류로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 4월 전북전 패배 직후엔 서포터스석 앞에서 고개까지 숙여야 했다. 최근엔 안방에서 서포터스 응원 보이콧까지 당했다.

부진한 성적 탓에 사령탑이 방패가 돼 비판과 수모를 당하는 모습은 선수들 입장에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구본철이 감정에 북받친 듯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감독님을 위해 뛰었다"고 표현한 이유였다.

그는 "팬분들이 비판을 하시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경기에 못 나갔을 때도 단 한 번도 감독님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며 "선수들을 배려해주시고 항상 선수들을 생각해주신다. 선수로서 미워할 수가 없는 감독이다. 그런데도 욕먹는 모습을 보면, 선수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비단 구본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권순형도 지난달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부 팬들이긴 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하는 걸 들으면서, 또 감독님이 고개를 숙이시고 죄송하다고 하시는데 선수로서 참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들은 선수 입장에서 많이 배려해주신다. 다운된 분위기를 오히려 살려주시려고 많이 노력해주시는 분"이라고 김 감독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자신을 위해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일까. 김남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줬다. 그런 김 감독의 표정에도 오랜만에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달 3일 수원FC전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자 7경기 만에 선수들이 선사해 준 승리였다.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피가 말리는 경기였다. 승리를 위해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간절함의 승리이지 않을까 싶다"며 "선수들이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성남을 위해 응원해주신 팬분들 덕분이다. 선수들한테도, 팬들한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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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을 1-0으로 승리한 뒤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선수들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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