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난세의 영웅' 뒷이야기 "사실 1회부터 배가 아팠어요" [★잠실]

잠실=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5.20 22:15 / 조회 :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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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나균안이 2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실 1회부터 배가 너무 아팠어요. 중간에 화장실 다녀오면 긴장이 풀릴까 봐..."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4)이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서 선발승을 수확했다. 팀의 연패를 끊는 난세의 영웅이 됐다.그런데 알고보니 호투의 비결이 따로 있었다.

나균안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손에 넣었다.

나균안은 지난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던 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성적은 아쉬움만 남겼다. 포수로 뛴 3시즌 동안 타율 0.123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그의 야구 인생을 바꾸는 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나균안은 지난 2021시즌에 앞서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조기 귀국했다. 이 부상이 나균안의 인생에 있어서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롯데는 나균안의 강한 어깨를 살리기 위해 투수 겸업을 제안했다. 고민 끝에 나균안은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투수로 성장해나갔다.


2군에서 투수로서의 모습을 갖춘 나균안은 지난해 투수로 데뷔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특히 6월 1일 키움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23경기 46⅓이닝을 던지며 1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1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투수' 나균안은 올해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긴 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들지 못했고, 불펜으로 나섰다. 롱릴리프를 도맡아했다. 김진욱을 비롯해 선발 투수가 조기에 강판되는 날엔 어김없이 나균안이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5월 김진욱이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가면서 나균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서 최고 146km 직구(40구)-포크볼(35구)-커터(9구)-투심(1구)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7회였다. 나균안은 강승호에게 2루타,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나균안은 포크볼로 박세혁을 병살타로 돌려세운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김원중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쳐 나균안은 무실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롯데는 4-0으로 승리, 나균안은 첫 선발 승을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나균안은 "연패를 끊고 이겨 너무 좋다"며 "선발 투수로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내 역할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 선발승 당시 6⅔이닝을 던졌던 만큼 7이닝을 소화하고 싶진 않았을까. 그런데 나균안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는 "7이닝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1회부터 배가 너무 아팠다. 코치님께서 화장실 갔다오라고 말씀하셨지만 가지 않았다. 갔다 오면 긴장이 풀릴 것 같았다(웃음). (김)원중이 형이 올라오는 것도 보지 않고 바로 화장실에 갔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오늘(20일) 원래 3이닝만 던지고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하셨는데, 길게 던질 수 있어서 기뻤다. 7회말에 내가 한 타자를 더 상대했다면 안타를 내줬을 것이다. 코치님께서 투수 교체하려고 올라오실 때 '됐다, 감사하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3루측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나균안이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이 모습을 본 나균안은 "사직에서 던질 때보다 더 큰 함성이 들려서 기분 좋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령탑도 그의 호투에 박수를 보냈다. 래리 서튼 감독은 "4패 후 원정 경기 첫날인데 나균안이 팀이 필요할 때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 보여줬다. 불펜에서 좋은 모습 보여준 나균안이 보직은 바뀌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좋은 모습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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