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2488명' 팬들도 외면한 오클랜드 '머니볼 시즌 2'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5.18 15:09 / 조회 :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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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오클랜드-LA 에인절스가 경기가 열린 오클랜드 콜리세움 전경. 정규시즌 개막전임에도 관중석에 빈 자리가 많다.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징하는 단어는 '머니 볼'이다. 오클랜드는 2000년대 초반(2000~2003년) '스몰 마켓 팀'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당시 오클랜드는 선수들의 출루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아 세밀한 야구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야구 데이터에 대한 혁신적인 해석을 통해 저연봉 고효율의 구조를 만든 오클랜드의 야구를 많은 사람들은 '머니 볼'이라고 칭송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오랜 스포츠계 잠언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통쾌하게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머니볼은 일시적이었다. 오클랜드에서 탄생한 '머니 볼'은 거의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에 빠르게 전파됐고 상대적으로 오클랜드보다 구단 재정이 여유로운 '빅 마켓' 구단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오클랜드는 이같은 '머니 볼' 부메랑 효과 때문에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2022년 오클랜드는 새로운 '머니 볼'을 실험 중이다. 과거의 머니 볼이 새로운 방식의 선수단 구성이었다면 현재의 머니 볼은 경기장 신축과 관련이 깊다. 1968년 건립된 홈 구장에서 더 이상 구단이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머니 볼' 시즌2는 2000년대 초반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과는 달리 '진부한 협박'에 가깝다. 구단의 목표는 현재 오클랜드 시가 120억 달러(약 15조 3216억 원)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하워드 터미널 건설 부지 내에 새로운 홈 구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클랜드가 이 곳에 홈 구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오클랜드 시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 가능성은 현재 반반이다.

그래서 구단은 오클랜드 시 의회가 이를 거절할 경우 연고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기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미 데이브 카발(46) 오클랜드 구단 회장도 "시의회 의원들이 우리의 계획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구단은 또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오클랜드 구단은 2022 시즌을 앞두고 주요한 선수들을 다른 팀에 이적시키면서 팀 총 연봉액을 2021 시즌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오클랜드 팀 총 연봉은 4800만 달러(약 611억 8560만 원)로 MLB 전체 최하위다.

반대로 팬들이 부담해야 할 입장권 가격과 주차료는 대폭 올렸다. 입장권 가격은 2019년에 비해 무려 73%나 인상됐다.

오클랜드 구단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도 새로운 구장 건설 승인을 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저그런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우고 입장권 가격까지 올리면 관중 수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구단이 이렇게 해야 했던 근본적 배경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노후한 경기장 때문인데도 정작 오클랜드 시는 구장 신축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팬들에게 피력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오클랜드 시를 향한 우회적인 압박 카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클랜드 구단의 이 같은 전략은 많은 홈 팬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팬을 볼모로 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지역 팬들은 오클랜드 홈 경기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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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탬파베이전 모습. 이날 관중수는 2488명으로 42년 만에 MLB 한 경기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AFPBBNews=뉴스1
실제로 지난 3일(한국시간) 펼쳐진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홈구장 오클랜드 콜리세움을 찾은 관중은 고작 2488명이었다. 42년 만에 나온 MLB 한 경기 최소 관중 기록이었다. 17일 현재 홈 경기 기준으로 2022 시즌 오클랜드의 경기당 평균 관중 8789명은 MLB 30개 구단 중 최하위다. 4만 9255명으로 1위 팀인 LA 다저스의 약 18% 수준이다. 팀 성적 역시 18일 현재 16승 23패(승률 0.410)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5위)다.

한때 오클랜드 시에는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이 3개나 있었다. 하지만 NBA(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NFL(미국프로풋볼) 레이더스가 각각 2019년과 2020년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신축구장 건립 계획이 좌초돼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기게 될 경우 오클랜드 시는 메이저 프로스포츠 구단이 없는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향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적어도 2022 시즌 동안 오클랜드의 홈 구장은 관중이 거의 없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가 될 전망이다. '하얀 코끼리'는 경기가 열리지 않거나 관중이 찾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 경기장 시설을 지칭한다.

흥미롭게도 애슬레틱스의 마스코트는 코끼리다. 그 이유는 1902년 뉴욕 자이언츠의 감독 존 맥그로가 당시 스타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있던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오클랜드의 전신)를 향해 "하얀 코끼리"라는 악담을 했기 때문이다. '돈만 낭비하는 구단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는 맥그로의 악담을 되갚아 주자는 취지에서 코끼리를 마스코트로 정했다. 하지만 맥그로의 '하얀 코끼리' 저주는 202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다시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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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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