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퇴출 게시물에 '좋아요' 누르고 떠나다니... 이런 외인 또 다시 올까

수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5.19 03:33 / 조회 :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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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에서 활약했던 쿠에바스(왼쪽)가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서 아내, 아들과 함께 1루 쪽 응원단상에 올라 KT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자신의 퇴출 및 대체 외인 소식을 알리는 한 게시물(야구 친구 공식 SNS)에 '좋아요'를 누른 외국인 투수가 있다. 한국 무대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하며 팀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큰 역사를 남긴 에이스. 바로 KT 위즈의 1선발로 활약했던 윌리엄 쿠에바스(32·베네수엘라)다.

쿠에바스가 결국 한국 무대를 떠난다. KT 위즈는 18일 "쿠에바스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력 강화를 위해 대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쿠에바스의 대체 외인은 좌완 웨스 벤자민(29)이다. 2014년 텍사스의 지명(5라운드)을 받은 그는 2020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어저리그에서는 2시즌 동안 21경기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 마이너리그에서는 111경기서 32승 29패 평균자책점 4.60의 성적을 각각 남겼다.

이강철 KT 감독은 18일 수원 LG전에 앞서 아쉬움 가득한 심경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에 대해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우리 팀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줬던 선수다. 그랬기에 더욱 최대한 길게 기다리려고 했는데"라면서 "하지만 부상 부위가 팔꿈치라 고민이 컸다. 만약 또 아프다면 시간을 통째로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 역시 정말 잘해줬던 친구라 안타깝지만,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와 교체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에바스는 지난 2019년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상륙했다. 올 시즌까지 4시즌 통산 82경기서 33승 23패 평균자책점 3.89(486⅓이닝 210자책)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펼친 최고의 역투는 많은 KT 팬들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역시 쿠에바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 본인도 프런트에 대해 잘 안다. 서로 많은 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본인도 수긍하면서 아쉽다고 하더라. 정도 많이 들었다"면서 "건강하면 내년에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을 생각이 있는 선수다. 저희도 생각하고 있다"며 재회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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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오른쪽) KT 감독과 쿠에바스.


18일 수원 LG전에 앞서 쿠에바스는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선수단 앞에 선 뒤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이 항상 가족과 똑같다. 앞으로도 가족의 일원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 팀의 문화와 분위기가 정말 좋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돌아오고 싶다. 내년에 못 보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형제 한 명이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꼭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시즌이 시작한 지 5,6주 정도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다. 기죽지 말고 앞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또 내년에 돌아오더라도 이 구단의 분위기를 꼭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그 분위기가 지난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서 "팀원들 모두가 좋은 선수이자 리더였다. 젊은 투수들도 많고 정말 잘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올 외국인 투수(벤자민)도 여기가 집이라고 느껴지게 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료들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주장 박경수는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인해 재활을 하게 됐다. 그동안 잘해줬다. 이대로 그냥 보내는 것보다 갈 때도 잘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모두 쿠에바스에게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는 "모두가 슬픈 순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와 4년 동안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우승도 하고, 잊을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을 모두 함께했기에 정말 슬프다. 앞으로 나도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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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홈 경기를 앞두고 KT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쿠에바스(왼쪽에서 네 번째). /사진=KT 위즈 제공


KT 구단도 쿠에바스의 행복을 빌며 확실하게 예우했다. 이날 쿠에바스는 5회가 끝난 뒤 클리닝 타임 때 KT 응원석이 자리한 1루 쪽 단상에 올라섰다. 팬들과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며 인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그는 팬들을 향해 "첫 번째로 응원을 해주신 4년의 시간 모두 감사하다. 정말 진심으로 우리 집처럼 느껴졌다. 멀리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처럼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KT 위즈 팬들은 최고의 팬들이었다. 지든 이기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외쳤다.

이어 "제 아이도 KT 팬 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항상 여러분도 쿠에바스의 가족이라 생각할 것"이라면서 "영원한 작별이 아니라 다시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챔피언 기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챔피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쿠에바스는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KT 위즈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모든 응원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저를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여러분을 쿠에바스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작별이 아닙니다. 곧 만나요. 사랑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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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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