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공감 또는 마라맛..세대 통합한 시니어 예능[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2.05.14 09:00 / 조회 :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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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돋보기]는 안 보이는 또는 못 보는 부분을 돋보기로 살피듯 방송 콘텐츠, 시대의 흐름 등을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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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씽어즈', '진격의 할매'/사진제공=JTBC, 채널S
감동도 있고 공감도 있다. 또 매운 맛 입담까지 담겨 놀라움을 자아낸다. 요즘 대세는 놀랍게도 편견을 깨고 전 세대를 통합시킨 시니어 예능이다.

처음엔 tvN 예능 '꽃보다 할배'였다. '꽃보다 할배'는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한 배낭여행을 떠나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이서진 등이 출연한 예능이다. 환갑을 넘긴 배우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후 '꽃보다' 시리즈는 여배우, 아이돌 등 많은 시리즈로 발전했으며 여러 채널에서 시니어를 주축으로 한 예능을 제작했다.

현재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JTBC '뜨거운 씽어즈', 채널S '진격의 할매' 등 다양해졌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뜨거운 씽어즈'는 시니어들의 합창 이야기를 담았으며 '진격의 할매'는 시니어들의 '매운 맛' 토크쇼를 그린다. 출연진의 변화가 있었지만 KBS 2TV '갓파더' 역시 시니어 예능에 속한다. 초반에 출연했던 배우 주헌과 이순재 그리고 김갑수까지 중년 혹은 노년 배우들의 여러 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 예능의 최대 장점은 어떤 세대든 공감할 수 있다는 요소다. 오랜 세월 살아온 그들은 하고 싶은 말도, 콘텐츠도 많다. 그러다 보니 무슨 소재를 꺼내도 대화가 가능하고, 이를 듣고 공감하는 시청자가 여럿이다. 또 그의 말 속엔 감동 코드도 숨어있다. 진솔한 자신의 얘기를 털어 놓는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진한 진정성을 전한다. 시니어 예능은 '시청 타겟층이 한정적이다' 혹은 '지루하다'란 편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하며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여럿 시니어 예능 중 가장 눈에 띄는 연예인은 배우 나문희와 김영옥이다. 두 사람은 성질이 아예 다른 '진격의 할매'와 '뜨거운 씽어즈'에 출연해 활약 중이다. 직설적이고 '매운 맛' 토크를 자랑하는 '진격의 할매'와 합창으로 뭉쳐 여러 세대와 화합을 맞추는 '뜨거운 씽어즈'. 각 프로그램 성향에 따라 두 사람의 역할도 달라진다. 그들은 '뜨거운 씽어즈'에서 단원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리더의 역할을 한다면, '진격의 할매'에서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 같은 인물인데도 프로그램마다 배우 활용법이 달라 흥미로운 지점이다.

제작 PD들은 요즘 대세인 시니어 예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스타뉴스는 최근 '뜨거운 씽어즈' 신영광PD와 '진격의 할매' 이준규PD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 "유튜브 주 소비층은 오히려 50대 이상..좋은 어른에 대한 니즈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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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S '진격의 할매' 영상 캡처
옛날엔 얼마 없어서 눈에 띄던 시니어 예능이 이젠 예능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듯 싶다. 이준규 PD는 이런 현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은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시니어 예능은 시대적 요구이며 시청자들 역시 시니어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고 실질적으로 시청률면에서도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니어 예능이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주 시청자를 1020세대라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은 오히려 50대 이상이라고 언급하며 "젊은이들의 문화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흡수할 수 있는 콘텐츠의 주소비층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니어들을 찾는 예능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영광 PD도 "추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꼰대가 만연한 사회에 좋은 어른, 닮고 싶은 어른에 대한 니즈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윤여정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젊은 층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거나 재생산되기도 하고. 그렇게 바람직한 시니어들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면 여러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 PD는 "굳이 말을 하자면 단순히 시니어 예능이라기 보다는 '좋은 시니어' 예능이 유행이라면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말처럼 '진격의 할매'나 '뜨거운 씽어즈' 모두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이고 있으며 시청층이 한정되기 보단 1020세대들에게도 뜻깊은 교훈을 남기며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진격의 할매'는 진행자가 '할매들'이지만 다루고 있는 콘텐츠는 트렌디하다. 인간 관계에 힘들어 하는 고민, 레즈비언 부부들의 삶, 배우 박해미-오현경 등 익히 알법한 그들의 속사정 등 타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은 소재들이다. 어떻게 보면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이는 MC인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부드럽게 풀어낸다. 이 PD 역시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할매들"이라며 "게스트에 머물러 있었던 할매들이 MC가 되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낯설은 장면이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을 것이며 비록 전문 MC들의 능숙한 진행솜씨나 화려한 언변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재미 포인트로 보여진 것 같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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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뜨거운 씽어즈' 영상 캡처
확실히 '할매들'의 티키타카는 프로그램 매력을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1020세대 시청자들의 눈도 사로잡았다. 이에 이 PD는 "솔직히 1020세대들이 이정도로 즐겨 봐줄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아마도 부모님 연령때의 출연자들이라면 오히려 꼰대스럽다고 느껴서 안 볼 수도 있는데 그보다 더 윗세대들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본인들의 할머니들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제작진들도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하고 시청할 수 있게 여러 연령층의 각양각색의 고민을 가지신 분들을 모셔서 할매들만이 줄 수 있는 해결책과 이야기들을 들려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얘기했다.

'뜨거운 씽어즈'는 무엇보다 '감동' 포인트를 강하게 가져간다. 노래에 대한 열정, 합창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원들, 그 속에서 이뤄지는 화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특히 이들은 최근 '제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축하 무대 'This is me'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신 PD는 "처음부터 출연자들이 시니어라고 해서 시청 타깃층까지 한정될 것이란 생각으로 제작에 돌입하진 않았다. 순서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출연자들을 먼저 섭외하고 그 출연자들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그 한계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합창'이란 큰 틀을 먼저 선택했다. 이후 '인생을 노래하는 합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아닌 '단원들'을 모집했기 때문에 출연자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떨어지거나 재미가 덜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나문희가 축하무대에 올라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여길 나왔다. 82세에도 마음만 먹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솔직한 고백을 전했다. 이는 'N포 세대'라 불리는 1020세대들에게도 큰 희망을 안겼다. 이처럼 신 PD는 "오히려 오랜 인생을 걸어온 배우들이 떨치기 힘든 습관들을 버리고 진심으로 노래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감정들이 화면 넘어서도 잘 전달된다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공감·감동? 다른 감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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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뜨거운 씽어즈', 채널S '진격의 할매' 영상 캡처
사실상 시니어 예능에서 가장 많이 보고 크게 다가오는 건 공감과 감동이다. 그간의 세월을 말하며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고 또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물론 이 외의 감정도 있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시니어 예능이 비슷한 코드를 들고 간다. 아무리 유행하는 콘텐츠여도 반복을 지속한다면 결국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 PD와 이 PD 모두 우려되는 지점은 타 예능 장르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말 많이 떠도는 얘기지만 그렇다. 출연자들이 시니어일 뿐 그 출연자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젊은' 출연자들과 마찬가지다. 똑같다. 오히려 감동과 공감의 코드로만 제약을 두고 지레 비슷할 거란 시선을 가진다면 다른 감성의 프로그램은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시니어 예능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에 담고 싶은 피사체가 시니어라면 함께하는 것, 그뿐이다. 시니어가 '출연'하는 예능일 뿐, '시니어 예능' 자체를 카테고리화 시키고 그 안에 들어가려는 기획, 제작은 언젠간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신영광 PD)

"아무래도 시니어 예능이 많아지다보면 시청자들에게도 비슷한 코드 같은 느낌과 피로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비단 시니어 예능이어서만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요즘 핫한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 관찰예능)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여겨지며 결국 시니어 예능이든 관찰 예능이든 얼마나 새로운 컨셉과 신선한 출연자들의 조합을 계속적으로 시도하고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발전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의 시니어 예능이다보니 공감과 감동의 코드들이 주로 부각이 되어있지만 '진격의 할매'를 제작하면서 접하는 할매들의 힙한 문화에 대한 관심,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 등을 볼 때 다른 감성의 시니어 예능도 충분히 만들수 있다."(이준규 PD)

이처럼 시니어 예능이 보여줄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편견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니어 예능이 또 다른 예능의 장을 열 수 있을지 주목할만 하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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