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글로벌하게"..'재일교포 배우' 현리가 꿈꾸는 마법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5.14 15:18 / 조회 :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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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의 배우 현리가 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2022.05.0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배우. 실제 이름은 이현리인데, 활동은 현리로 하고 있다. 당당하라던 부모님의 말씀을 새기고, 그는 전 세계 곳곳에서 훨훨 날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을 꿈꾸고 있다.

영화 '우연과 상상'의 현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과 상상'(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은 각기 다른 세 편의 이야기, 우연히 듣게 된 친구의 새 연애담에서 시작되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교수 앞에서 그의 소설을 낭독하는 여대생의 이야기 '문은 열어둔 채로', 20년 만에 길에서 만난 두 동창생의 재회를 그린 '다시 한 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리는 극 중 첫 에피소드인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의 주연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담을 털어놓는 츠구미 역을 맡았다.

그는 "원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이 쓰시는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 대본을 안 봐도 할 것 같지만 대본도 재밌었고, 사실 제가 츠구미 역도 매력이 있는데 메이코 역도 재밌게 느꼈다. 제가 메이코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작품도 재밌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 있었던 것 같다"라고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단편 '천국은 아직 멀어'(2016)에 출연하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로, 이번 '우연과 상상'으로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됐다. 그는 "정확히는 세 번째 호흡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스파이의 아내'의 각본을 맡으신 바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천국은 아직 멀어'를 찍었을 때와 2019년 '우연과 상상'을 촬영할 때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감독님이 외국도 다녀오시고, 하버드에서 유학도 하시고 많은 공부를 하셨더라. 사람이 더 커진 것 같고, 더 따뜻해지고, 또 감싸주고 품어주는 느낌이 있어서 든든하고 안심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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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의 배우 현리가 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2022.05.0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어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이 작품을 다른 감독님과 찍었다면 긴 대사에서 어디에 포인트를 주고, 또 강조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연기를 했을 것"이라며 "근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은 배우들의 작위적이고, 계산적인 연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모든 감정을 빼고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면 대사에 그 감정을 실으라고 말하신다"라고 설명했다.

현리는 "그러면 배우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감독님이 항상 글의 힘을 믿어달라는 얘기를 하셔서 감독님의 얘기를 믿고 심플하게 대사를 주고받았다. (역할에 대해) 스스로 준비한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초반 츠구미는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 분)와 택시 안에서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놀랍게도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한다. 단편인 만큼 인물의 감정선이 많이 드러나지 않기에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리는 "대사가 긴데도 힘들지 않았다. 초반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 분)라는 남자와 어떻게 만나서 헤어졌는지 얘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카즈아키랑 대사를 나누는 신을 써주셔서 똑같이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다.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에 가깝게 경험한 거다. 츠구미가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긴 대사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에 현리는 "대사를 잘 외우고 현장에 가서 상대의 대사를 잘 듣고 반응한다는 게 연기의 기본인데 현장이 바쁘다 보니 미리 연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마구치 감독님의 현장에 가면 순수하고, 심플하게 연기하게 되는데 억지로 감정을 꾸며내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감정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과 상상'을 찍은 2019년에 주, 조연급 드라마를 3개나 찍어서 바쁘게 지냈다. 제 나름대로 바쁘지만 성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흘려넘기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연과 상상'을 찍으며 많은 걸 느꼈고, 연말에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고, 시간을 풍요롭게 쓸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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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의 배우 현리가 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2022.05.0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현리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의 배우로, 한국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아예 일본 이름이 없이 자랐다. 현리는 "일본 이름이 아예 없다. 부모님이 당당하게 살라면서 한국 이름을 썼고, 자연스럽게 활동도 한국 이름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언젠부턴가 꿈은 배우뿐이었다고 밝힌 현리는 "학교를 다닐 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관심을 갖게 됐고,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건 한국에서 연기 학원을 다닐 때였다.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을 할 당시 한국에서 연기 학원에 다녔는데 선생님을 잘 만나 연기를 사랑하게 됐고, 나라와 시대와 환경이 달라도 사람들의 감정이 다 똑같다는 걸 느꼈다. 그게 신기하고 또 신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를 시작할 때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고, 싸우기도 했다. 지금은 저를 가장 많이 응원해 주는 존재다.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시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하시더라. 그때 제가 진짜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아시고, 응원해 주고 계신다"라고 웃었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중학교 생활을 보낸 현리의 장점은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그는 "저는 한국인 역도, 일본인 역도 오디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다"라며 "원래 롤모델이 없었는데 윤여정 선배님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소감을 하시는 걸 보고 너무 멋있다고 느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하시는 게 너무 멋있다. 저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재밌는 작품에 많이 출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 활동하고, 촬영하고 현장에 서 있을 때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느낄 것 같다"라는 현리의 '글로벌한'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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