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상대 우루과이의 비밀, '베이비 풋볼' 세대를 주목하라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4.22 16:43 / 조회 :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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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대표팀의 루이스 수아레스(오른쪽)가 지난 3월 칠레와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디에고 고딘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국은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남미의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첫 경기 결과가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우루과이와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벤투호가 오는 6월 A매치 기간 중에 브라질 등 남미 팀과의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역대 월드컵 본선 경기 결과를 보면 남미 팀에 1무 4패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볼리비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게 유일하게 패배를 면한 것이었고, 아르헨티나(1986, 2010년)와 우루과이(1990, 2010년)에 각각 두 번씩 졌다.

한국에 희망적인 부분은 우루과이와의 역대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2패는 했지만 모두 접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1990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수비수 윤덕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수적 열세 상황에서 경기를 펼치다 후반 45분 우루과이에 골을 내주며 0-1로 아쉽게 패했다.

2010년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우루과이와 만났다. 경기 전 국내에서는 우루과이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비록 우루과이가 남미의 강호이기는 하지만 한 번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감에는 우루과이가 1930년과 1950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1970년에는 4강까지 올랐지만 1980년대 이후 월드컵 본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펼쳐진 한국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1-1 상황에서 몇 차례 결정적 득점 기회를 잡았던 한국으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였다. 결승골은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35)가 넣었다. 수아레스는 이 골을 기점으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우루과이는 이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다.


이 대회 이후 왜 우루과이 축구가 다시 급부상했는지에 대한 세계 축구계의 관심이 증폭됐다. 인구 347만 명에 불과한 우루과이가 어떻게 월드컵은 물론 남미 국가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 대회의 최다 우승국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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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페루와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슛을 하는 우루과이 다윈 누네스(왼쪽 2번째). /AFPBBNews=뉴스1
축구 강소국 우루과이의 비밀은 '베이비 풋볼'에 있었다. '베이비 풋볼'은 4세에서 13세까지 선수들이 참가하는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뜻한다. 우루과이 베이비 풋볼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아마추어 클럽은 600개가 넘는다. 이 클럽에서 7만 명에 육박하는 축구 소년들이 프로 클럽 입단을 꿈꾸며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원래 우루과이에서 베이비 풋볼 경기는 토요일 오후에 지역마다 펼쳐지는 마을 친선 축구 대회에 불과했지만 2010 월드컵 이후 프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 체제가 확립됐다. 베이비 풋볼리그에 참여하는 아마추어 클럽들이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프로 클럽과 긴밀한 협력체제가 구축된 것도 이때부터다. 수많은 프로 클럽 관계자들은 주말마다 어린 축구 유망주를 보기 위해 대이동을 하는 진풍경도 생겨났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가능성 있는 선수를 일찍 발굴할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우루과이 축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루과이 주전 선수들도 대부분 베이비 풋볼리그를 경험했다. 베이비 풋볼 1세대에 해당하는 선수로는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에딘손 카바니(3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디에고 고딘(36·아틀레치쿠 미네이루)이 대표적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세 선수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다.

이 세 명의 1세대 베이비 풋볼 스타들이 이끈 2010 월드컵 4강 진출은 오랜 기간 경제난과 정치권의 부정부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루과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됐으며 수많은 우루과이 소년들의 롤 모델로 급부상했다.

이런 축구 열기 속에서 탄생한 2세대 베이비 풋볼 스타들은 현재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루과이 축구의 새로운 3총사 다윈 누네스(22·벤피카), 페데리코 발베르데(23·레알 마드리드), 로날드 아라우호(23·바르셀로나)가 그 주인공이다.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에서 25골을 기록 중인 스트라이커 누네스는 뛰어난 위치 선정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우루과이 중원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한 발베르데는 감각적인 패스와 수비 가담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또한 소속팀 바르셀로나와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아라우호는 191cm의 장신이지만 스피드가 매우 빠른 괴물 수비수로 정평이 나 있다. 아라우호는 한국 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민재(26)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분류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우루과이 1세대 베이비 풋볼 스타들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는 등용문이 됐다. 그렇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우루과이 2세대 베이비 풋볼 스타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한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우루과이 베이비 풋볼 시대가 카타르에서도 계속될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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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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