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 엠블럼. /AFPBBNews=뉴스1 |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이상으로 첼시 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차기 구단주 선정이다. 첼시 구단 인수의 우선협상자는 오는 18일 확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입찰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의 회장 토마스 리케츠(55)가 중심이 된 리케츠 컨소시엄이다.
리케츠 컨소시엄의 최대 장점은 직접 스포츠 구단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컵스의 홈 구장 리글리 필드의 리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홈 구장 신축이 절실한 첼시 클럽의 차기 구단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첼시 팬들은 연일 피켓 시위를 펼치며 리케츠 컨소시엄의 매입을 반대하고 있다. 결정적 이유는 토마스 리케츠의 아버지이자 억만장자 사업가인 조 리케츠(80)의 인종차별 때문이다.
사업가 조 리케츠. /AFPBBNews=뉴스1 |
지난 3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조 리케츠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첼시 서포터스 연합은 "인종차별을 하는 새 구단주에게 구단이 넘어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조 리케츠의 반(反)이슬람주의는 인종차별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프리이머리그의 입장과도 상충될 뿐 아니라 현재 첼시에서 활약 중인 이슬람교도 선수인 안토니오 뤼디거(29), 은골로 캉테(31), 하킴 지예시(29)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아랍계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뉴캐슬 구단과의 맞대결에서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첼시의 안토니오 뤼디거. /AFPBBNews=뉴스1 |
리케츠 컨소시엄의 첼시 매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토마스 리케츠는 "내 아버지는 이번 첼시 매입과 관련이 없다"며 "만약 우리가 첼시의 구단주가 된다면 팬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첼시 팬들이 리케츠 컨소시엄의 구단 매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인종차별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리케츠 가문이 구단에 대한 투자보다는 구단 운영을 통한 수익에 더 큰 관심을 두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토마스 리케츠는 컵스를 인수한 뒤 2016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는 컵스 역사상 108년 만의 감격적인 우승이었지만 이후 리케츠는 돈벌이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지역 방송사인 WGN 등을 통해 무료로 컵스 경기를 시청했던 팬들은 2020년부터 유료 방송을 통해 경기를 봐야 했다. 마키 스포츠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이 유료 방송사는 리케츠가 공동 소유자로 등재돼 있다.
시카고 컵스 회장 토마스 리케츠. /AFPBBNews=뉴스1 |
현재 첼시 구단의 가치는 약 5조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달 영국 BBC는 전 구단주인 러시아 출신 사업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의 가치를 30억 파운드(약 4조 8200억 원)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새 인수자의 입찰 가격도 이 액수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첼시 팬들에게 문제는 입찰 가격 이외의 다른 요소가 인수자를 결정하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 리케츠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인수 제안가를 써냈을 경우 첼시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첼시의 차기 구단주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클럽 회원들의 의견이 구단주 결정에 반영되는 스페인 라리가나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와 프리미어리그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