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칸영화제 초청의 숨은 퍼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4.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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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브로커'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소문이 날 만큼 난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례적이다. 한국영화 두 편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동시에 초청된 적은 있지만 같은 배급사 영화 두 편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 부문에 같이 초청됐지만 배급사가 달랐다.


이번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동시 경쟁 초청은 2009년에 비견된다. 당시 영화계에선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두 편 중 어느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될지, 두 편 모두 초청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깐느박'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경쟁 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두 영화 모두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었기 때문이다.

13년이 흘러 그만큼 한국영화의 위상과 K-콘텐츠 위상이 높아졌다.

박찬욱 감독이 당초 '헤어질 결심'을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출품하려다 막판에 마음을 바꿨을 때, 영화계에선 일찌감치 '헤어질 결심'이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무성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인 '브로커'도 이번 칸영화제 경쟁 초청이 유력하게 여겨졌다. 단지 한국영화계만 그렇게 전망한 게 아니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그렇게 내다봤다.


그만큼 한국영화 위상이 높아졌다. 눈여겨 볼 건, '브로커'다. 일본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에서 한국배우, 한국스태프들과 한국자본으로 한국영화를 만들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찍부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그간 지지부진했다. 그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에서 만들 수 있었던 건, 내놓은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해 '충무로 9할 타자'로 불리는 제작사 영화사집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한국제작사의 추진력이 있었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영화 촬영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한국 촬영 환경에 적잖이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특정 장소 촬영허가가 좀처럼 나지 않아 허가를 받지 않고 도둑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탓이다. 제작위원회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간섭이 심한데다 작품이 얼마나 성공하든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좀처럼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본 제작 환경에 비해 인센티브 제도가 잘 정비된 한국영화 제작 환경에 만족도가 큰 것도 물론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서스펜스에다 멜로 감성이 녹아든 작품이라 제작부터 한국을 넘어 세계영화계에서 관심이 컸다. 박해일과 탕웨이, 두 배우의 조합에도 기대가 쏠렸다. 남편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과 남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여인의 관계. 뻔한 듯 하지만 결코 뻔하게 풀어나가지 않을 박찬욱월드의 멜로가 영화팬들이라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았던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첫 황금종려상을 받게 될지도 이번 영화제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배우 이정재가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한 '헌트'는 한국 현대사를 익히 알고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남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헌트'는 한국 현대사를 경험한 관객들에겐 톰 크루즈 주연 영화 '발키리' 못지않은 긴장감을 줄 것 같다. 이정재는 '헌트'로 이번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계에서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는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주연배우로 레드카펫에 섰던 이정재가, 황금카메라상 후보 자격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정재가 첫 연출작으로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된 건, '오징어게임' 영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터다. 3년만에 정상화된 칸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를 대거 초청한 건,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졌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칸국제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첫 행사다. 2020년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개최가 취소됐으며, 2021년은 철저한 방역 방침을 적용하면서 7월에 소규모로 열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추가로 초청작을 더 발표할 계획이며, 한국영화들이 추가 초청작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펜데믹 기간 중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몇 안되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에 더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회사들의 급성장으로 세계 어느 나라든 영화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조차도 아예 제작비가 큰 블록버스터와 아예 제작비가 적은 인디 영화 외에 중급 규모 영화 제작이 어려워졌다.

한국도 비슷한 처지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좋은 영화를 만들려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옥자' 이후로 OTT 회사 작품들을 초청하지 않고 있는 칸국제영화제로선, 한국영화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한국영화계 상황이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안좋아진다면 한국영화 미래도 암울할 건 마찬가지겠지만.

한국감독과 한국배우들, 한국영화인들이 수놓을 이번 칸국제영화제가, 포스트 팬데믹 이후의 영화계를 상징할 수 있을지, 이래저래 기대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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