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후 포효하고 있는 토트넘 손흥민(오른쪽). /AFPBBNews=뉴스1 |
지난달 중순 손흥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잇따라 침묵을 지키자 곧장 부진을 꼬집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로 직전 2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렸음에도 단 2경기 침묵에 손흥민이 '타깃'이 됐다.
시즌 내내 보여준 활약이 있는데도 비판의 도가 지나쳤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평했고, 이브닝스탠다드는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며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나란히 침묵을 지켰거나, 팀이 패배한 경기에서 다른 동료 공격수들은 그래도 6점 이상의 평점 받는 사이 손흥민만 4점이라는 굴욕적인 평점을 받는 경우도 이어졌다.
그러나 안토니오 콘테(53·이탈리아)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감쌌다. 선발 제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미치지 않고서야 손흥민을 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해준 손흥민을 향한 신뢰였다.
손흥민 역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웨스트햄전에서 보란 듯이 날아올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EPL 4위 경쟁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경기, 손흥민은 멀티골(2골)을 터뜨리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현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의미가 담긴 시원한 세리머니까지 펼쳐 보였다.
토트넘 손흥민이 영국 현지 언론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던 지난달 21일 웨스트햄전에서 골을 넣은 뒤 조용히 하라는 뜻이 담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손흥민의 활약에 토트넘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제치고 EPL 4위에 안착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불가능처럼 보였던 다음 시즌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복귀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을 향한 현지 시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찬사로 바뀌었다. 특히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스톤 빌라전 직후엔 대부분의 현지 매체가 평점 10점 만점을 손흥민에게 줬다. 그동안 유독 손흥민을 향해 부정적이었던 이브닝 스탠다드마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이면서 엄청난 공격수"라고 치켜세웠다. 냉혹한 비판에 손흥민 스스로 보란 듯이 이뤄낸 월드클래스다운 반전이다.
/그래픽=이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