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다저맨 추억 "찬호 지금도 연락, 희섭 성격 가장 좋아"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2.04.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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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폴이 다저스 스프링캠프 클럽하우스 앞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박찬호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줄 만큼 친절하다. 최희섭과 서재응도 기억난다. 한국 선수 중 성격은 최희섭이 제일 좋았다."

박찬호(49)와 최희섭(43), 서재응(45), 그리고 류현진(35·토론토)까지, 시기는 달라도 모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를 거쳐간 한국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 전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유일한 다저맨(Dodger man)이 있다. 미치 풀(59)이다.


풀은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메이저리그 필드를 누볐다. 배트 보이로 처음 다저스와 인연을 맺은 그는 올해로 39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나이 때문에 매니저 직함은 2년 전 알렉스 토레스에게 넘겨주고, 지금은 원활한 세대교체를 위한 후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풀은 스프링캠프에서 1차로 사용하고 남은 야구장비와 각종 용품들을 다저스 홈구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직접 지게차 운전까지 할 정도였다. 그에게 '지게차 운전도 할 줄 아느냐'고 묻자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풀은 스프링캠프뿐 아니라 정규시즌 때도 야구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제일 늦게 퇴근한다. 클럽하우스 관리는 물론 야구용품 지원 및 빨래 등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편의를 돌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원정 경기를 떠날 때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짐도 풀과 클럽하우스 직원들이 관리한다.


지게차에서 내려와 휴식을 취하며 인터뷰에 응한 풀은 다저스를 거쳐간 한국 선수들에 대한 추억을 들려줬다.

"박찬호(1994~2001년·이하 다저스 소속 연도)는 입단 초기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성격이 밝고 외향적이었다. 그런데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뒤에는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과묵해졌다. 하지만 지금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줄 만큼 친절하다. 서재응(2006년)도 좋은 선수였는데 다저스에서 한 시즌만 뛰어 많은 기억은 없다. 최희섭(2004~2005년)은 덩치가 커서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한국 선수 중 성격이 제일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풀은 이어 류현진(2013~2019년)에 대한 기억도 이야기했다. "류현진을 제일 처음 본 건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였다. 잘 던지는 걸 보고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다저스에 입단해 놀랐다. 다저스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 삼아 토론토와 대형계약을 해 기뻤다. 물론, 다저스에서 계속 던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게임(야구)의 일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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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시절의 풀. /사진=이상희 통신원
한국 나이로 올해 환갑인 그가 언제까지 계속 이 일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정년이 언제냐고 묻자 "확실하진 않지만 65세까지 가능한 걸로 안다"며 "하지만 그 전에 그만둘 것 같다. 이 일을 오래했다"며 웃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데뷔 후 평균 4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부상이나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유니폼을 벗는 현실에서 풀은 39년 동안 다저맨으로 지내고 있다. 시즌 중에는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할 정도로 장시간 근무가 많다. 평균 수면시간이 4~5시간 정도. 풀은 "때론 그 이하일 때도 있다"고 귀띔해줬다.

그에게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냐고 묻자 "나와 클럽하우스 직원들의 노력으로 류현진과 박찬호처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큰 박수를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풀은 이어 "내가 다저스를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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