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의 폭력이 용납돼선 안되는 이유..윤여정을 기억해야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3.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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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이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수화로 소감을 밝히도록 곁에서 트로피를 들고 서있는 모습. 윤여정의 드레스에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리본이 달려있다. /AFPBBNews=뉴스1
이래서 폭력은 용납돼선 안된다. 선한 노력들을 다 잡아먹는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윌 스미스의 폭행으로 기억되게 됐다. 탈모증을 앓고 있는 아내를 놀린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윌 스미스가 생방송 도중 폭행한 사건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그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 그의 남우주연상을 박탈해야 한다 아니다,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결코 그렇게 기억되어선 안됐다. 러시아에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호소했고 장애인과 여성, 흑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모든 노력이 윌 스미스의 따귀 한 방으로 사라졌다.

27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리본을 매고 레드카펫에 오른 윤여정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배우 밀라 쿠니스는 축하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참담한 파괴 속에서도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목격했다"며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맞서 싸우는 용기를 잃지 않는 그들에게 경외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축하 공연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30초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아카데미 측은 무대 화면에 "우리는 국경 안에서 침공, 분쟁, 편견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 뿐 아니다. OTT영화로 처음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애플TV플러스 '코다'는 농인 부모를 세상과 연결한 비장애인 딸이 가수의 꿈을 펼치는 이야기다. 실제 장애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 작품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인이다. 청각장애 남자배우로는 첫 수상이며, 남녀 통틀어서 1987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청각 장애 배우 말리 매틀린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이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은 수상자인 코처를 직접 수어로 호명했다. 윤여정은 코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할 수 있도록 그의 트로피를 대신 들고 곁을 지켰다. 객석에선 양 손을 들어 흔드는 수어 박수로 화답했다.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코다'의 모든 수상자 곁에는 수어 통역자가 같이 했다. 코처의 수상 소감에 통역사가 통역 도중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코다'에 작품상을 시상한 배우는 올해 76세인 라이자 미넬리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

제인 캠피온은 이날 '파워 오브 도그'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여성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건 2008년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2021년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에 이어 역대 3번째다. 94번 중 3번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리아나 데보스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여성으로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 남성으로 성정환을 하고 이름을 바꾼 엘리엇 페이지는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박유림 등은 무대에 오르는지 않았지만 객석에서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 박유림은 극 중 수어를 하는 연기를 소화했다.

폭력과 맞서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준비한 이 모든 노력들이, 결국 폭력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게 됐다. 이래서 폭력은 용납돼선 안된다.

바다 건너의 일로 끝나서도 안된다. 작품상을 장애인의 이야기에 주고, 시상자가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르고, 장애인 배우가 상을 타고, 그 곁에서 수화로 소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는 지금 한국에서 윌 스미스의 폭력보다는 이 모습이 더욱 기억에 남아야 한다. 코처가 수화로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곁에서 트로피를 들고 서있던 윤여정의 모습으로 기억돼야 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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