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오픈 종목 만들자' 美 트랜스젠더 여자수영 우승에 논란 가열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3.24 09:16 / 조회 : 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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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마스(가운데). /AFPBBNews=뉴스1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트랜스젠더 선수들도 스포츠 대회에 차별 없이 참가해야 한다는 원칙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종목 참가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난 선수들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폐활량, 근육의 경도와 골밀도가 여성에 비해 높아지기 때문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종목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생물학적 남성보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는 것을 증명해야 이들과 여성 선수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IOC는 2021년 스포츠 국제 기구별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참가에 대한 기준을 따로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신설했다. 선천적인 체력과 체격에 따라 승부가 갈릴 확률이 매우 높은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육상은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자 종목에 참가하게 될 경우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종목이다. 예를 들어 1988년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1959~1998)가 수립한 여자 육상 100m 세계신기록(10초 49)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남자 고등학교 육상 대회 결선에서 8명 중 4명이 그녀의 100m 기록보다 앞설 만큼 육상에서 남녀의 차이는 크다.

IOC의 규정 변화에 따라 럭비 종목을 총괄하는 국제기구 월드럭비는 2021년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 럭비 경기 참가를 금지시켰다.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선수의 체격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여자 선수들과 격렬한 럭비 경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금지 이유였다.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NCAA 수영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m) 경기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리아 토마스(22)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참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성 스포츠를 살리자'는 취지 하에 결성된 단체 세이브 위민스 스포츠(Save Women's Sport)는 NCAA 수영 대회가 열린 미국 조지아 공대 수영장 밖에서 시위를 펼쳤고 수영장 안에서는 그녀가 우승하자 야유의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토마스와 같은 대회에 참가한 버지니아 공대 소속의 레카 기오르기(25)는 "이번 대회는 대학 시절 나의 마지막 대회였지만 NCAA의 결정 때문에 내 기회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대학 리그) 소속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재학 중인 토마스는 지난 2년여에 걸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기 위한 약을 복용했다. 그럼에도 펜실베이니아 대학 여자 수영 선수의 부모들은 토마스의 등장 이후 다른 여자 대학 선수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수영 경기에 참여할 권리를 빼앗겼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 마디로 남자 수영 선수였을 때는 그저 그런 선수였던 토마스가 성전환 이후 여자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노력 때문이 아니라 남성으로 태어났던 그녀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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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토마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토마스를 둘러 싼 논란이 가열된 이유는 그녀가 미국 대학 수영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영 종목이 특히 폐활량과 사춘기 때 형성된 체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이라는 점도 논란 확산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토마스가 대학 수영 대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판단했던 NCAA는 올해 1월 종목별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참가 기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수영연맹은 3년간 테스토스테론 억제를 위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2년 6개월간 약물을 투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토마스는 이번 대회 참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대학 스포츠 시즌 중에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NCAA는 고심 끝에 토마스의 대회 참가를 허용했다.

스포츠가 공정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차제에 남자와 여자 종목으로 구분돼 있는 스포츠 대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새롭게 제기된 종목 구분은 '오픈 종목'과 '여자 종목'이다.

오픈 종목은 어떤 선수든 간에 경기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을 의미하고 여자 종목은 생물학적 여성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을 뜻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결국 여자 종목이 아닌 오픈 종목에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 선수가 참가해야 스포츠에서 공정성이 지켜질 수 있다는 배경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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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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