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4명-대만 18명' 확 달라진 마이너리거, 왜 도전 멈췄나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2.02.27 17:13 / 조회 : 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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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경(왼쪽)이 텍사스 시절 다르빗슈 유(현 샌디에이고)가 선물로 준 글러브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지난 1월 중순, 외야수 조원빈(19·서울 컨벤션고)이 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이로써 한국은 배지환(23·피츠버그)과 최현일(22·LA 다저스), 이지태(21·필라델피아)를 합해 총 4명의 마이너리거를 보유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만은 우완 투수 장후엉러엉(21)이 피츠버그와 계약해 현역 마이너리거가 18명으로 늘어났다. 한국도 10년 전인 2012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18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는 현저하게 숫자가 줄어들었다. 야구 유망주들의 도전은 왜 멈췄을까.

우선,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직행해 빅리거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10년 전 18명의 한국인 마이너리거 중 빅리거의 꿈을 이룬 선수는 최지만(31·탬파베이) 딱 1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한국 선수들의 미국행 경로가 달라졌다. 2000년대 들어 류현진(35·토론토)을 비롯해 강정호(35), 김광현(34) 등 KBO리그에서 성공한 후 포스팅을 통해 진출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했다는 사실도 한국인 마이너리거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 1편 <'10년 전 무려 18명...' 그 많던 韓 마이너리거,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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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시절 이대은. /사진=KT 위즈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다 비교적 일찍 유니폼을 벗은 선수로는 이대은(33·전 KT)도 있다.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큰 기대를 모았던 그는 마이너리그 최상위 단계인 트리플 A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로 가는 엘리트 코스인 애리조나 가을리그(AFL)도 경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한국행을 택해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이대은은 잘생긴 외모와 준수한 투구로 KBO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겨울 결혼과 함께 돌연 은퇴를 선언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컵스를 거쳐 NC에 입단했던 투수 정수민(32)도 2021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는 2019년 가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SG로 이적했지만 결국 반등하지 못했다. 지금은 경남 남해에서 리틀야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두산의 1차 지명을 뿌리치고 텍사스에 입단했던 좌완 투수 남윤희(35). 마이너리그 더블 A까지 순항했지만 어깨 부상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남윤성으로 개명한 뒤 2016년 SK(현 SSG)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2018 시즌이 끝난 뒤 은퇴했다. 현재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미국 현지 네트워크 능력 등을 인정받아 SSG의 해외 스카우트로 활동 중이다.

남윤성과 텍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안태경(32)도 방출 뒤 KBO리그 롯데에 입단했다. 부산고 시절부터 시속 150㎞대 후반의 속구를 던져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대 후반의 나이에 은퇴를 선택했다. 지금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에서 포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신진호(31)는 귀국 후 NC의 지명을 받았다. 포수 출신이었던 김경문 당시 NC 감독은 신진호를 차기 주전으로 거론할 만큼 기대를 걸었다.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지금은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성민(29)도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포수였던 그는 오클랜드와 계약하며 미국에 갔지만 성적 부진으로 한국에 돌아온 뒤 2018년 SK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2020년 2군에서 투수로 전향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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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스프링캠프에서 한자리에 모인 최지만(왼쪽부터)과 대니 오, 미치 브라운. /사진=이상희 통신원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이민을 간 한국계 선수들도 마이너리그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캐나다 동포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을 받았던 포수 에릭 심(33)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며 야구 관련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야구 명문 UCLA 출신으로 뉴욕 양키스에 지명된 외야수 대니 오(33)는 룰파이브 드래프트를 통해 오클랜드로 이적했지만 결국 성적 부진으로 은퇴했다. 지금은 미국주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투수 미치 브라운(28). 고교 시절 이미 96마일(154㎞) 속구를 던졌던 그는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가 2라운드(전체 79번)에 지명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제구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2018년 더블 A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한때 KBO 리그행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향 미네소타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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