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는 5조-실제론 46조원, 천문학적 비용 베이징 '돈'계 올림픽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2.04 14:03 / 조회 : 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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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알리는 조형물. /AFPBBNews=뉴스1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아시아에서 계속 펼쳐지는 3연속 올림픽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4일 개막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를 안고 출발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해 중국은 '저비용·고효율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올림픽에 사용된 비용을 39억 달러(약 4조 6800억 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해 개최된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일본이 투입한 126억 달러(약 15조 1212억 원)의 1/4에 해당되는 저비용이며 최근 20년간 개최됐던 그 어떤 올림픽과 비교해도 가장 적은 액수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에도 실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인 385억 달러(약 46조 2115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13조 원에 약 3배가 넘는 액수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중국 당국이 비용 합계에서 중요한 항목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 점프와 크로스 컨트리 종목 경기가 펼쳐지는 장자커우 지역의 공항과 고속도로 건설비용 2억 2000만 달러(약 2640억 원)와 베이징 시내 지하철 노선 확대에 들어간 7억 7300만 달러(약 9278억 원)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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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 수영장으로 사용된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4일 캐나다 선수가 동계 올림픽 컬링 스위스전을 치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또한 중국은 장자커우와 베이징을 50분에 주파하는 무인 초고속 철도 건설에 무려 92억 달러(약 11조 418억 원)를 사용했지만 이 역시 올림픽 개최비용에는 제외돼 있다. 이는 경기장이나 선수촌 등 외에 교통 인프라 건설에 들어간 금액을 개최비용에서 제외한 전형적인 부실회계라는 게 서구 언론의 지적이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일부 경기장 건설 비용도 전체 금액에서 제외했다. '아이스 리본'으로 알려진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건설에 사용된 1억 8000만 달러(약 2160억 원)가 대표적인 경우다.

추가적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 사용했던 주경기장과 수영장이 각각 개·폐막식장과 컬링장으로 변형돼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리노베이션 비용도 개최비용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 적어도 회계상에서 저비용 올림픽으로 인식되기 위해 이 같은 꼼수를 부린 것은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 비용과 관련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의 개최 비용은 420억 달러(약 50조 4126억 원)로 '위대한 중국' 만들기를 위해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는 국제적인 비판여론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더욱이 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6개월 전에 펼쳐졌던 도쿄 하계 올림픽보다 훨씬 적게 돈을 쓰면서도 더 훌륭하게 대회를 치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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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덴마크의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우커송 스포츠 센터.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46조 원의 비용을 투자한 동계 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지난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은 비용 투자 부문에서는 과다지출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성적 면에서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

중국은 당시 무려 48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세계 스포츠계가 당시 크게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중국이 하계 올림픽의 절대강자였던 미국보다 12개나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대내외적으로 중국에 2008 올림픽은 '위대한 중국' 만들기에 매우 유용한 대회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이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동계 스포츠 강호가 아닌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감안한다고 해도 6~7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마저도 쇼트트랙과 스노보드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해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지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기록했었다.

올림픽 성적을 제외하고라도 새롭게 건설된 스키 리조트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의 활용 문제는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스키는 1990년대 이후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지만 100% 인공설로 운영되는 스키 슬로프가 만들어 낼 환경문제를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새롭게 만들어진 동계 스포츠 시설의 경제적 사후활용도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세계 유일의 도시이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와 환경적 딜레마와 저조한 성적이 겹친다면 '위대한 중국' 만들기는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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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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