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제자의 초라한 마지막, 최용수도 홍명보도 원치 않았다

거제=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1.20 05:45 / 조회 : 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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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FC서울 시절 최용수(오른쪽) 감독과 박주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홍 감독님의 용기 있는 결단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최용수(49) 강원FC 감독이 홍명보(53) 울산현대 감독에게 전한 한 마디다. 지난 17일 부산 송정호텔에서 열린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자칫 선수 생활을 초라하게 마칠 위기에 몰렸던 '애제자' 박주영(37)을 홍 감독이 품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실제 박주영은 지난 시즌 FC서울과 계약이 끝난 뒤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해 서울의 유소년 지도자 제안을 거절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지난 시즌 K리그 무득점에 그치면서 새로운 팀을 찾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제자이기도 하면서 한때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후배가 처한 위기에 손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홍 감독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최근 기록으로 (박)주영이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축구 레전드로 10년간 활약하면서 보여준 걸 인정해야 한다"며 "더 리스펙트 해야 하고, 제2의 축구 인생에 대해 축구인들의 용기있는 선택과 따뜻한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홍 감독님의 용기 있는 결단이 고맙다"고 했다.

홍 감독도 최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19일 경남 거제 삼성호텔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홍 감독은 "어떻게 보면 최 감독이 저보다 박주영과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 감독도 (박주영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했을 텐데, 행선지가 명확하게 밝혀졌으니 기쁜 마음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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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진행된 미국 전지 훈련 당시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것 역시 최 감독처럼 자신의 애제자의 초라한 마지막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용수 감독과 박주영이 서울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면,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박주영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최용수 감독만큼이나 홍명보 감독에게도 박주영은 깊은 신뢰 관계로 쌓인 애제자였다.

홍 감독은 "그동안 박주영은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또 한국 축구에도 많은 영광을 안겼다"며 "마지막에 열심히 한 번 뛰어보고 은퇴하겠다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주영에게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팀 내 세 번째 스트라이커, 그리고 팀 내 어린 선수들을 위한 롤 모델로서 기대감이 더해졌다.

이같은 두 사령탑의 진심엔 박주영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힘 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단순히 1년 더 현역을 연장하는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축구를 위한 제2의 인생을 앞두고 중요한 시기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홍 감독은 "지도자가 되거나, 축구 현장에서 일하게 되면 선수 생활 마무리를 잘해줘야 은퇴 후에 좋은 교육도 받고,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선 커리어 마무리를 누군가가 잘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박주영 같은 선수가 나중에 지도자로서 후배를 양성해야 한다. 그런 선순환이 있어야 한국 축구가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두 스승의 진심에 박주영도 이번 시즌 후회 없이 뛰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선수로서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앞으로 축구를 은퇴를 하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한 번 더 재미있고 신나게, 후회 없이 뛰어보고, 은퇴 이후의 삶도 생각하면서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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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현대 박주영이 19일 경남 거제 삼성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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