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주 작사가 "취미가 K팝..가사 쓸 때 '부캐' 따로 있어"(인터뷰②)[스타메이커]

-인터뷰①에 이어

안영주 작사가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하루에 보통 몇 시간씩 작업을 하시나요?

▶아이들이 중, 고등학생이라 이제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나이는 아니에요. 아침에 아이들 먹을 걸 챙겨준 다음에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요. 저만의 하루 루틴이 있어요. 카페에서 다른 짓을 하든 뭘 하든 가사를 위한 3시간을 채워요.

-엄마 안영주와 작사가 안영주로서 삶이 잘 분리돼 있는 편인 건가요.


▶가사를 쓰는 제 '부캐'(부캐릭터)가 따로 있어요. 가사는 주로 사무실이나 카페에 가서 쓰는데, 곡 분위기에 맞춰 옷을 입고 나가요. 최근엔 힙합스러운 곡을 써야 해서 운동화 신고 헐렁한 옷을 입고 나가서 곡을 쓰고 있어요. 일할 때 다른 사람이 돼요. 그리고 곡을 부를 가수들이 올린 영상이나 브이로그 같은 것도 많이 봐요. 그들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알려고요.

-육아와 작사를 병행하며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혹은 일 자체가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저는 K팝을 좋아해요. 취미가 K팝이라, 밥 먹을 때도 K팝 무대를 틀어놔요. 일하는 게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쓴 가사를 봐도 재밌고, 가수들의 무대를 봐도 재밌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신가요?

▶강다니엘 님 정말 좋아해요. 'Flash'와 'PARANOIA'라는 곡을 책에 실을 수 있게 해 줬는데 정말 감사해요. 특히 'Flash'라는 곡을 최근 꽂혀서 듣고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또 좋아하는 가수는 더보이즈. 딸과 함께 영상을 많이 보고 있어요.

안영주 작사가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작업을 하며 세운 나만의 작사 기준, 방향 혹은 신념 같은 게 있나요?

▶무조건 '되는 가사'가 1순위죠. (웃음) 그럼에도 가끔 '그 가사가 채택됐다고요?' 할 때가 많아요. 제가 봤을 때 잘 쓴 건가 알쏭달쏭할 때도 있고, 마음에 들지만 안 될 때가 훨씬 많아요.

가사를 쓰며 저만의 또 다른 기준은 여태껏 나오지 않은 표현을 최대한 쓰려해요. 사실 K팝에서 좋아하는 단어가 몇 개 있어요. 조각, 빛, 별 같은 단어들이요. 이런 단어를 안 쓸 순 없어요. 심지어 이런 단어 넣어달라고 요청이 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최대한 그 단어를 쓰되 전에 보지 못한 표현을 쓰려고 해요. 그걸 찾아내는 게 일이에요. 가사에서 모든 표현이 새로울 순 없지만 한 두 군데라도 신선한 표현을 만들어어내려 해요. 그걸 잘 찾아낼 때는 컨펌 여부와 상관없이 만족도가 높아요.

-작업물 중에 그런 가사를 하나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슈퍼주니어 10집에 실린 'SUPER'라는 곡에 있는 가사예요. 슈퍼주니어 가사에는 '별'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더라고요. 이 그룹이 그럼 별을 좋아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별'이라는 소재로 같은 표현을 쓸 수 없어서, 고민한 가사가 있었어요. "흩어졌던 별들이 마침내 제자리"라는 표현이에요. 슈퍼주니어가 멤버가 많잖아요. 각자 군대도 다녀오고 공백기도 길었다가 오랜만에 10집을 냈거든요. 'SUPER'가 이 앨범의 인트로 같은 곡이었는데, 상징적인 의미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이 가사 덕분에 컨펌을 받은 것 같아요.

-작사를 하며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유명한 작사가분들이 쓴 가사도 많이 보며 공부하고 있어요. 또 도전했다가 실패한 가사들도 살펴봐요. 선택받지 못한 원인을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 가사들을 다 보면서 데이터 쌓아요. 책도 틈틈이 읽고요. 가장 좋은 건 역시 다른 가사 많이 보는 거죠. 많이 보고 많이 쓰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어떨 때는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실마리가 풀릴 때도 있어요.

-인터뷰③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