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를 하계올림픽으로" NHL, 베이징行 거부한 진짜 이유는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1.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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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 몬트리올의 로랑 도팽(오른쪽)과 애리조나의 다이신 마요가 지난 18일(한국시간) 경기에서 경합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계 최고 기량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뛰고 있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은 지난 해 12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NHL이 밝힌 불참 사유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NHL은 특히 북미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해 2021~2022 시즌 경기가 순연됐고, 이에 따라 동계 올림픽 기간에도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할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올림픽 참가가 어렵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NHL이 베이징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근본적 이유는 리그를 3주간 중단하면서 올림픽에 참가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HL 선수들은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까지 올림픽에 참가했다. 특히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는 아이스하키 종목이 전체 입장 수입 중 46%를 책임질 정도로 동계 올림픽의 핵심 종목 위치를 굳건히 했다. 당시 캐나다가 우승을 차지한 올림픽 아이스하키 결승전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TV 프로그램이었다. 4년 뒤 펼쳐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러시아 팬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아이스하키는 전체 입장 수입 가운데 50%를 점유했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NHL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접근 방식은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별로 높지 않은 한국에서 동계 올림픽이 펼쳐졌기 때문에 NHL은 참가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더욱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NHL 선수들에 대한 체재비, 보험료, 교통비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NHL과 리그 선수협회는 아이스하키의 국제화를 위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는 참여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NHL은 올림픽 참가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중국은 향후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빅 마켓이 될 수 있지만 NHL에 여전히 중요한 곳은 북미 지역이기 때문이다. NHL이 미래의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이익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NHL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뒤 NHL의 시청률이 높아지지 않았으며, 반대로 NHL 선수들의 올림픽 불참으로 북미 지역에서 리그의 인기가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동계 올림픽 참가로 인한 NHL의 실질적 이익은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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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올림픽 아이스하키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경기장 전경. /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NHL이 올림픽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NHL은 NFL(미국프로풋볼), MLB(미국프로야구), NBA(미국프로농구)와 함께 미국 프로스포츠 4대리그로 평가됐지만 최근엔 미국 내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었고 오히려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MLS(미국프로축구)가 NHL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NHL이 올림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아이스하키 팬덤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NHL의 게리 배트맨 커미셔너가 리그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발표한 뒤 "아이스하키를 동계가 아닌 하계 올림픽 종목으로 바꿔 달라"고 IOC에 공개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NHL의 휴식기인 하계 올림픽 기간에 경기가 펼쳐진다면 리그 중단 없이 글로벌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다. 비록 IOC가 곧바로 이 요청을 거부했지만 NHL은 원래 아이스하키가 하계 올림픽 종목이었다는 역사성까지 강조했다. 실제로 아이스하키는 1920년 앤트워프 하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고 이후에는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 전환됐다.

NHL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은 코로나 팬데믹과 리그의 상업적 이유 외에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NHL의 상업적 주도권은 미국이 갖고 있지만 아이스하키 열정은 캐나다를 따라 가지 못한다. 토요일 저녁 방영되는 아이스하키 프로그램 '하키 나잇 인 캐나다'를 보지 않으면 진정한 캐나다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NHL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캐나다의 진짜 합작품으로 불린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할 의사를 분명히 한 국가다. 더욱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73%의 캐나다 국민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해 얼음처럼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하키 천국' 캐나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NHL이 선뜻 베이징 동계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기 힘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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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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