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규정까지 바꿨는데... '이대은 특별법' 허망한 결말

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1.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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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은.
이대은(33·전 KT)의 새로운 도전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KBO리그 팬들의 허망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대은 특별법'이 다시 회자되는 것도 그 이유다.

이대은은 지난 13일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로 그는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아직은 젊은 나이다. 2년 전 팔꿈치 수술 이력이 있긴 하지만 복귀 후 충분히 구위와 구속을 끌어올렸고, 2022시즌에도 KT 불펜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팬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KBO가 규정을 손 보면서까지 그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신일고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일본 지바 롯데에 둥지를 튼 이대은은 2015시즌 38경기에 출전해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5년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국가대표로 승선해 베네수엘라, 일본전에 등판하면서 한국의 초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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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리미어12 당시의 이대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이대은은 국내로 돌아오려했으나 바로 뛸 수 없었다. 2016년 당시 KBO 규약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①항은 '신인선수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의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고 있었다.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일단 이대은은 군 복무를 마쳐야 했다. 상무 혹은 경찰 야구단이 아닌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자 KBO가 나섰다. 2016년 이사회를 통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WBSC 프리미어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KBO 퓨처스리그에서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이대은은 2017시즌과 2018시즌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며 퓨처스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일명 '이대은 특별법'으로 불렸다.

이대은은 군복무 후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2017시즌 최하위팀이었던 KT가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대은은 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3년간의 짧은 동행 끝에 이대은은 은퇴를 결정했다. KBO리그에서 3년 동안 남긴 성적은 95경기 등판에 7승8패, 9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이다. 이례적인 특혜를 받고 KBO리그에 왔음에도 그의 결말은 KT와 팬들의 허망한 마음을 안겼다. 한 때 KBO리그를 들썩였던 최고 기대주가 이렇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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