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 /AFPBBNews=뉴스1 |
호주 연방 순회법원 앤서니 켈리 판사는 10일 재판에서 "조코비치의 격리를 해제하고 호주 정부가 소송비용도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켈리 판사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는 조코비치가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주정부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본인의 과실이 없으며 조코비치가 공항에서 변호인과 연락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출입국 관리소의 절차적 과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다음 주 열리는 호주 오픈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호주 정부는 10일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민부 장관의 재량권으로 조코비치의 비자 취소를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호주 정부는 왜 판결 이후에도 조코비치의 비자 취소를 또다시 고려할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호주 국내 정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의 정치 상황이 조코비치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조코비치 지지자들이 10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법원의 비자 취소 무효 판결을 환영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하지만 조코비치에 대한 특혜는 호주 민심, 특히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코로나 거리두기 시스템을 활용했던 멜버른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음에도 조코비치가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함성 때문이었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특혜 논란 때문에 자주 곤욕을 치렀다. 호주 입국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의 해외 부호들이나 미국 영화 배우들은 호주에 들어와 지정 격리 호텔이 아니라 고급 거주지에 머물어 호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BBNews=뉴스1 |
오는 17일 개막하는 호주 오픈의 흥행을 고려하면 조코비치의 출전을 허용하는 게 맞지만 본인의 재선을 위해서는 입국을 거부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민부 장관 출신이었던 모리슨 총리는 난민 등 부정 입국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코비치 사태는 과거 노르웨이 여객선 난민 입국 문제와 닮아 있다. 지난 2001년 노르웨이 대형 여객선이 난파된 어선에 타고 있던 수백 명의 난민들을 구출해 호주에 입국하려 했지만 호주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지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 이 사건 이후 오히려 난민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호주 집권세력에 국민들이 성원을 보냈고 당시 인기가 없었던 보수계 총리는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