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올드 앤 굿..베리 굿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12.29 09:37 / 조회 : 929
  • 글자크기조절
image
옛 이야기를 재밌게. 스티븐 스필버그 손에 재탄생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고전이 왜 고전인지를 입증했다.

아마도 1940년 중후반 즈음.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슬럼가 웨스트 사이드. 재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몇년 뒤면 슬럼가는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과 고급 아파트로 바뀔 터. 그럼에도 오늘도 폴란드계 백인 갱단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파는 싸움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제트파는 꾸역꾸역 미국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싫다. 자기들의 거리를 마치 그들이 뺏는 양 여긴다. 이미 성공한 백인들은 이 거리를 다 떠났다. 미국에 넘어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아메리카드림을 꿈꾸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자신들을 박해하는 백인들이 싫다. 그중에서도 자기들보다 잘난 것도 없어보이는 제트파가 밉다.

그렇게 양쪽은 허구한 날 싸움으로 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댄스파티가 열린다. 싸움 대신 춤을 춰보라며. 제트파와 샤크파는 이곳에서도 싸움 같은 춤 대결을 벌인다. 바로 이날, 이 장소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남자는 제트파 창설 멤버였지만 이제 손을 씻고 새 사람이 되려 노력 중인 토니. 여자는 샤크파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 둘은 첫 눈에 반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들의 사랑을 뒤로 하고 제트파 리더 리프와 샤크파 리더 베르나르도는 싸움을 결정한다.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이 싸움의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토니에게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사람의 바람과는 다르게 굴러간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탄생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고전 뮤지컬이다. 1961년에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니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뮤지컬을 다시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새로운 것을 더 넣을 구석이 없는 작품이란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 애써 새로운 것을 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을 담았을 뿐이다. 그렇게 재탄생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옛것이되 지금도 여전한 고전의 의미를 되새긴다.

알려졌다시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 버전이다. 적대하는 두 세력의 10대 남녀가 서로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얼마나 많은 위대한 이야기가 비극이던가. 이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노래한다. "커다란 사랑에는 옳고 그름은 무의미하다. 사랑은 이미 생명이니깐"이라고. 아픈 시대를 살아온 노인이 "사랑보다 중요한 건 생명"이라고 노래해도, 찰나의 사랑에 목숨을 거는 청춘들. 어쩌면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고전으로 사랑받아 온 듯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원형 그대로 가져왔다. '투나잇' '마리아' 등 유명한 넘버들이 가득 흐른다. 흥겨운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아메리카'는 최고의 볼거리며, 토니와 마리아의 유명한 발코니 장면도 그대로다. 둘 만의 결혼식이 텅 빈 양복점에서 성당으로 바뀌고 1961년 영화에서 아니타를 연기한 리타 모레노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 발렌티나를 연기해 지혜를 더하지만, 원작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선 지금이 느껴진다. 가난한 폴란드계 백인과 더 가난한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과 싸움이,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지금과 아시아인 린치를 하지 말라는 지금과 그대로 겹친다.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쓰면 영어를 쓰라고 강조하는 영화 속 모습도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스페인어를 자막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리고 총기 문제.

더해진 것이라면, 베르나르도의 연인인 아니타로 대변되는 여성의 강인함 그리고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살고 싶어하는 인물과 지혜로 길을 알려주는 노인의 등장이다. 이 더해짐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더 단단하게 하며 관객에게 지금을 상기시킨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지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했는지. 그 선택이 그가 지금 이 시대에 하고픈 이야기라는 걸 영화는 입증한다.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와 롱테이크로 끝나는 엔딩은, 반복되는 비극을 제대로 바라보라는 감독의 전언이기도 하다.

1월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담겼다. 언제 올지 모르는 나만의 기적이, 모퉁이를 지나 바로 오늘밤 눈앞에 나타나는 걸 보여준다. 거장은 사랑이 당도하는 순간도 거장답게 잡아챈다. 쉽고 아름다고 설렌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관련기사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