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섯 작품만 망하겠습니다"..정호연의 매력, 용기, 긍정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1.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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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고난이 쌓이는 한편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시기였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스타뉴스가 그 속에서 빛났던 올해의 영화인들을 만났습니다. 첫 주자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두 번째 주자는 배우 한예리, 세 번째 주자는 배우 허준호, 네 번째 주자는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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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사진제공=에피그램



올해 가장 핫한 인물은 누구일까.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 않고 배우 정호연(27)을 꼽고 싶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이, 아니 전세계가 주목한 신인 배우로 떠오른 정호연. 모델에서 배우가 된 그녀의 매력에 전 세계가 풍덩 빠졌다.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에서 새벽 역할을 연기하며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반항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호해 주고 싶은 정호연의 눈빛 속, 새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인터뷰 전, 정호연이 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일까 궁금했다. 작품의 대성공,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정호연 열풍'이 너무나 거센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 실제로 정호연과 대화를 나눠보니 왜 온 세계가 그녀에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갔다. 매력적인 외모와 패션 감각 등 외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솔직하고 긍정적인 성격, 밝은 에너지까지 빛났다. 첫 작품으로 스타가 된 정호연에게 두 번째 작품은 숙제이고 고민이고 걱정거리일 터. 하지만 정호연은 '망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좋아지는 그녀의 웃음, 정호연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은 10분 이면 충분했다.

최근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정호연을 화상으로 만났다. 당초 해외 일정을 마무리 하고 돌아온 정호연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자가격리 지침으로 인해 화면을 통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자가 격리 일정에 당황스러울텐데도, 이런 시간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속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긴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어떻게 지냈나? 열흘간 자가 격리를 하게 됐는데.

▶미국에 한달 있다가, 파리에 있다가 돌아왔다. 자가격리가 없다가 생겨서, 크리스마스 전주까지 잡혀 있던 일정들이 다 취소 됐다. 스케줄 때문에 소속사 식구들이나, 촬영을 준비하던 분들은 좀 난감해졌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살짝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잘 맞던 옷들이 이제는 헐렁해 졌다. '오징어 게임' 오픈 후 열흘만에 4kg이 빠졌는데 더 빠졌다. 미국에 갔더니 일정이 엄청 많더라. 정말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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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사진=에피그램


-바빠서 밥도 잘 못 먹었을 텐데, 한국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무엇을 먹었나.

▶곱창전골이 제일 먹고 싶었다. 그건 한국에서 밖에 못 먹는다. 오자마자 짐 정리를 하고, 씻고 곱창 전골을 먹었다. 하하.

-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해외에 많이 나갔지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배우로서 이번 해외 스케줄은 기존의 활동과는 달랐을 것 같다. 어떻게 달랐나.

▶ 아무래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았다. 제가 원래 모델로 촬영을 가면 혼자 간다. 드라이버나 매니저가 없다. 그런데 배우로서 다니다 보니 매니저가 생기고, 드라이버가 생기고, 보디가드까지 생겼다. 한 달이라는 짧은 순간 그 변화를 느꼈다. 저는 항상 혼자 해외에 나가다보니, 혼자 공항에 내려서 호텔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공항에서부터 알아봐 주시더라.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남의 시선을 조금은 신경써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모델로서 활동할 때는 개인의 삶이나 공간, 시간이 많았지만 배우가 되니 그 공간과 시간을 남들과 나눠야 하는 부분이 많이 생겼다. 또 해외에 있는 모델 친구들, 동료들이 정말 축하를 많이 해줬고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여줬다. 내가 배우로서 산 시간은 짧고, 한 작품 밖에 없지만 모델로서 나의 삶과 배우로서의 경력이 융합되는 느낌이 들어서 참 고마웠다.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에서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는데. 정호연의 어떤 점이 해외에서 통했을까.

▶ 그건 저도 정말 잘 모르겠다.(웃음) 저야말로 저 자신을 잘 못 본다. 패션 모델로서 트렌드를 쫓는 직업인 것은 맞지만 저는 모델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트렌드를 쫓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트렌드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 인터뷰 같은 것이 올라오면 대중들의 반응이나 트렌드를 알고 싶어서 댓글을 본다. 특히 악플을 찾아본다. 최근에는 외국에서의 인터뷰와 반응 등을 많이 찾아봤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너무나 노력하는게 보인다'라고 하더라.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해도 발음이나 악센트에 신경쓰는 게 느껴진다는 그런 말들이 좋았다. 하하. 너무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결국은 그 마음은 언제나 통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저에게 주어지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때 그때 현명하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다보니 관심 주시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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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AFPBBNews=뉴스1


-'오징어 게임' 속 새벽은 계속해서 무표정이다. 하지만 실제 정호연은 계속 웃고 있다.

▶제가 해외서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너의 평소 성격과 정반대 캐릭터를 연기했나'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 사람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 정의 내린긴 힘든 것 같다고 대답한 뒤, 집에 가니 그 질문이 생각나더라.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했다. 내가 '오징어 게임' 속 새벽을 연기할 때는 제가 정말 새벽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서 말 없이 내 할일을 할 때는 새벽의 그런 모습과 닮았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새벽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야와의 만남이 화제가 됐다. 젠데이야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기자간담회에서 정호연과 공감대를 나눴다고 말했는데,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젠데이야와의 만남은 뭔가 되게 편한 느낌이 들었다. 젠데이야는 저에게 스타였고,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 제가 부끄럽게 인사를 했는데 되게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이야기도 하고 대화를 주도했다. 그때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젠데이야가 '유포리아' 촬영장에 초대해서 갔다. 제가 '오징어 게임' 이후 촬영장에 간 건 오랜만이었다. 최근 행사를 많이 하다보니 '나는 뭐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는 상황도 많았다. 그러다가 '유포리아' 촬영장에 갔는데, 거기 앉아 있는 동안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 얼른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도 젠다이야의 연기를 본 후 끝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엄청난 이야기들은 아니다. 일상에서, 촬영장에서는 뭐 먹나 이런 이야기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이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 친구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을 릴렉스 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런게 참 중요한 능력인 것 같다. 젠다이야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서로 직감적으로 통하지 않았을까.

-촬영장에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오징어 게임' 이후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

▶그렇다. 고민이 매우 많다. 제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모델을 할 때도 뽑히고 선택 당하는 것이었지 내가 선택한 것은 거의 없다. 선택을 받아오다가, 선택해야 될 때가 되니 '내가 이렇게 하는게 맞나' 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생겼다. 잘됐으면 좋겠고, 욕도 안먹으면 좋겠다. 저 개인의 목표도 있지만 걱정도 크다. 아무것도 결정 못하는 바보가 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많이 물어 봤다. 선배님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감독님이나, 제작사 대표님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그래서 제가 결론을 내렸다. 뭔가 결론이라기보다는 용기를 갖기로 마음 먹었다. 이런 말을 하면 소속사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다.(웃음) 이렇게 결론 내렸다. "저 앞으로 한, 다섯 작품만 망하겠습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저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생각은 '도전하자'는 생각이 크다. 성공해야 된다는 생각에 안전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망해도 거하게 망해보자는 생각으로 정리하면서 용기를 얻고 있다. 제가 모델을 처음 한다고 할때도 그랬고, 배우를 처음 할 때도 '무대뽀'로 했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정말 정답이 없고 방대하지 않나. 결국은 나의 직감을 따르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직감을 따라보고, 그게 틀릴 때가 있다면 받아들이는 용기도 갖고 싶다. 그렇게 겪다보면 저의 배우 인생에 차곡차곡 쌓이지 않겠나. 저는 이제 시작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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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넷플릭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고민이 많았을텐데, 뭔가 어른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모델일을 하다보니 제 나이대보다 경험한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예전보다 좀 빨리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제 생각에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 제가 너무 건방져 지거나 혹은 너무 의기소침해지지 않게 도와준다. 제가 가끔 중간에서 붕 떠있는거 같으면 '야야야'하면서 내려주는 사람들이 많다.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팀워크라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팀워크의 중요성, 사람의 중요성을 점점 배워가는 것 같다.

-누가 붕 떠 있는 정호연을 다독였나.

▶같이 있던 선배님들, (이)정재 선배님이나 (박)해수 선배님은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선배님들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웃음) 그런 선배님들을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다. 또 '오징어 게임' 제작사 대표님과 황동혁 감독님과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저 사실 겁나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면, 그런 제 감정을 이야기하면 정말 잘 들어 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방법도 알려주셨다. 모두가 다 처음 겪는 일인데, 다른 연차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 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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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사진제공=에피그램


-대세가 된 정호연을 잡기위해 전 세계가 난리다. 새벽이 '오징어 게임2'에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함께 작품을 했던 황동혁 감독님이나 영화 감독으로 도전한 이정재 배우도 계속 러브콜을 보냈을 것 같은데.

▶하하. 노코멘트 하겠다. 지금 당장은 아닐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지금 당장 잡혀있는 스케줄만 해도 2월까지는 꽉 차 있다.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작품을 찾고 오디션도 보고 동시에 진행할 생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 제 안이 많이 비어있는 느낌이다. 속이 비어 있다는 느낌은,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포스럽다. 그래서 격리하는 동안 책도 많이 읽고 좀 제 속을 채우고 싶다. 원래는 진짜 일주일에 영화를 두 편 정도 보는데 그렇게 못한지 오래 됐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 작품도 캐치업 못한게 많아서 다 해볼 생각이다. 저는 지금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그래도 삶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스토리텔링, 아이디어를 쌓아놓고 싶다. 그래서 그런 관심을 받을 때 대중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미국의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 후 여러 이야기도 오가고 바빴을텐데, 현지에서의 활동은 어땠나.

▶ 미국에서 미팅을 할 때는 제가 어떤 태도로 해야될지, 당황하기도 했고 실수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렇게 실수 하며 배우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발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외 가서 느낀게 그래도 저는 운 좋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것에 대한 혜택을 받았다. 많은 아시안 배우들이 시장을 확장 시키고 배두나 선배님, 이병헌 선배님 등이 직접 부딪쳐서 만든 커넥션이 있고 그들의 경험으로 도움도 받았다. 그래서 저도 활동하며 저 개인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물론, 제 뒤에 오는 분들을 위해 시스템을 잘 알아놓고 싶었다. 이번에도 강동원 배두나 이병헌 선배님에게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월드스타가 된 정호연을 보고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

▶ 부모님은 걱정하신다. 하하.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말씀 하시는데 그래도 걱정 하시더라. 저희 집안 사람들이 다 간이 콩알만하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될지 몰랐다. 다들 조심하려고 하고 걱정하면서 연락한다. 엄마는 꿈을 잘 못 꾸시면 항상 연락와서 별 일 없냐고 물어보셨다. 항상 감사하다. 여러가지 방법들과, 열려있는 마음으로 배워가고 있다.

-연인 이동휘는 멀리 있는 정호연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 음, 오빠가 뭐랬지? 오빠는 제가 해외에 있을때 '무사히만 돌아와, 건강히만 와'라고 하더라. 뭐 다른거 다 안돼도 되고 상관없으니까, 그냥 건강히 무사히만 돌아오라고 하더라. 울컥했다. 왜냐면 다들 저에게 기대하는 뭔가가 있고, 뭔가를 성사시켜야 되고, 뭔가를 해내야 되고 그런 기대치가 있으니까 거기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가 저에게 다 안돼도 괜찮다고 건강하기만 하라고 하니까.

-요즘 정호연이 월드 스타가 되면서 이동휘 이름보다 정호연 이름이 앞에 나온다.(웃음)

▶으하하. 에이, 그게 앞뒤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하하. 그리고 오빠도 요즘 엄청 잘나가는것 같아요!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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