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문희' 中개봉..반갑기는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글쎄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12.02 09:24 / 조회 : 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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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주연 영화 '오! 문희'가 중국에서 12월 3일 개봉한다. 한국영화가 중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건 한한령 이후 6년만이다.

'오! 문희'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오문희(나문희 분)와 물불 안 가리는 아들 황두원(이희준 분)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영화. 한국에서 지난 2020년 9월 2일 개봉했다. 한국영화가 중국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하는 건, 2016년 7월 8일 사드 배치 발표 이후 6년여만이다. 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한중합작영화 '바운티 헌터스'가 사드 배치 발표 직전인 2016년 7월 1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래 한국영화는 중국 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영화는 물론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정식 유통될 수 없었으며, 한국 가수들의 대규모 공연도 불허됐다.

그런 까닭에 '오! 문희'가 중국에서 정식 개봉하는 게 한한령이 풀리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닐까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한령 해제 수혜주로 여겨지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중국에서 한국영화가 정식 개봉하는 게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오! 문희'가 한국에서 개봉한지 1년 4개월이 된 영화인데다,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아니며, 신작은 더더욱 아닌 탓이다. 그간 중국 영화 수입업자들은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들을 많이 사들였다. 그 중에서 유독 '오! 문희'가 개봉할 수 있게 된 건, 역설적으로 신작이 아니며 유명 한류스타가 등장하지도 않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에서 개봉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오! 문희'는 중국에서 소규모로 개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한령 이후 중국 수입업자들이 사들인 한국영화들은 아직까지 중국에서 개봉 소식이 없을 뿐더러 상당수가 불법적으로 유통된 터다. 한국 신작들이 중국 불법 온라인 사이트와 불법 DVD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영화가 정식 개봉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오! 문희' 개봉이 물꼬를 트는 일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오히려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중국 당국의 정치적인 시그널이 아닐까란 관측이 우세하다.

11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한동안 막혔던 한류스타들의 웨이보 계정이 풀린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보는 것. 중국에서 지난 8월말 연예계에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벌이면서 방탄소년 RM·제이홉·진과 블랙핑크 리사, 아이유, 엑소 등의 팬 계정이 30일 동안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류스타들의 웨이보는 로그인이 차단돼 접속이 불가능했다. 그랬던 것이 11월 중순부터 조금씩 로그인이 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변화들로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한령 해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그렇지만 언제든 중국이 다시 문을 닫을 수 있기에, 과거처럼 중국 시장을 두고 장밋빛 전망을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사실 한국 영화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오래됐다. 김성수 감독 등이 일찌감치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다가 2006년 CJ CGV가 상하이에, 메가박스가 베이징에 중국 내 첫 멀티플렉스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2007년 '괴물'과 2008년 '디워'가 중국에서 정식 개봉해 각각 19억원과 49억원 가량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2009년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한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중국에서 개봉, 약 18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해운대'를 중국수입사와 외국 수입사가 수익을 공유하는 분장제 방식으로 개봉하기도 했다. 한중 합작영화 제작도 속속 이뤄졌다.

2014년 한중 영화협력협의가 이뤄지자 중국 시장은 한국영화산업의 엘도라도로 여겨졌다. 협의를 통해 한중 합작영화는 중국 스크린쿼터 대상에서 제외하고 박스오피스 수입 중 최고 43%를 한국 투자자가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 한국과 중국 정부는 2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CJ ENM이 2013년 자체 기획한 '이별계약'이 개봉 첫 주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역대 중국 로맨틱 코미디 톱10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2015년 '수상한 그녀'의 중국 리메이크 '20세여 다시 한번'은 약 3억 6500만 위안(약 640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한·중 합작영화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NEW는 2015년 중국 화책미디어와 현지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만들고 '뷰티 인사이드'와 '더폰', 그리고 '마녀'를 중국 상황에 맞게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쇼박스도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손잡고 한중합작영화 '뷰티풀 엑시던트'를 제작했다.

CJ ENM은 한중합작영화의 잇단 성과에 고무돼 2016년 6월 중국 상하이영화제에서 한중합작영화 라인업을 발표했다. '베테랑'과 '장수상회'를 리메이크하고, 윤제균 감독이 '쿵푸로봇'를 연출하는 등 청사진을 밝혔다.그랬던 장밋빛 전망들은 2016년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그간의 투자와 교류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이런 까닭에 한국영화계에선 중국시장은 아무리 공을 들이고 노력을 해도 정치적인 리스크로 하루 아침에 무산이 되는 시장인 만큼, 설사 한한령이 해지된다고 하더라도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뿐만 아니다. 과거에는 중국시장이 한국영화계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글로벌 OTT서비스들로 플랫폼이 다변화됐기에 다른 시장들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영화, 한국드라마, K팝 등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세계 각국에서 높아진 것도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CJ ENM은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을 뿐더러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여러 한국감독들과 같이 글로벌 프로젝트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환경이 바꿨기에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분명 중국 영화시장은 세계 2위 시장으로 매력적인 곳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안정적이지 못한 시장 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 만큼, 위험한 시장도 없다.

'오! 문희' 중국 정식 개봉이 반갑긴 하지만 아직은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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