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에이스가 KS 특급 불펜으로 나서는 세 가지 이유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1.14 04:10 / 조회 : 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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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사진=KT 위즈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고영표(30·KT)가 한국시리즈에서는 특급 불펜으로 나선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3일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로 윌리엄 쿠에바스(31)를 예고하면서 "고영표는 선발 쪽에서 빠져있다"라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한국시리즈 1선발을 맡은 것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한 8이닝 1실점 호투와 올해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7이닝 무실점 쾌투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다. 10월 성적 역시 5경기 평균자책점 2.16으로 좋았다.

하지만 고영표를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단기전에서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기용하는 일 자체는 흔한 일이다. 3선발 이하가 약한 탓에 에이스를 한 번이라도 더 기용하고 싶을 때나, 선발에 비해 불펜이 미덥지 못한 경우에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 KT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후반기 들어서는 쿠에바스(9승 4패 평균자책점 4.12)-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9)-소형준(7승 7패 평균자책점 4.16)-고영표(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배제성(9승 10패 평균자책점 3.68)-엄상백(4승 1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KBO리그에선 보기 드문 6선발 체제를 자랑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3.69로 리그 1위였다.


불펜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윤(65경기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42)-주권(27홀드 평균자책점 3.31)-김민수(56경기 11홀드 평균자책점 2.95)가 이끄는 KT 불펜진은 팀 평균자책점 3.66으로 리그 2위였다. 에이스를 한 번 더 기용하고 싶다면 고영표가 빠져서는 안됐고, 불펜이 부실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불펜으로 향한 것이 왜 하필 고영표였을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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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사진=KT 위즈
먼저 불펜이 익숙하고 가장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이 고영표다. 두 명의 외국인을 불펜으로 돌리는 것은 낭비에 가깝고 프로 2년 차 소형준도 불펜보단 선발이 좀 더 어울린다. 고영표는 2015년 데뷔 후 175경기 중 103경기를 불펜으로 나선 경험이 있다. 오랜만에 나선 지난달 30일 SSG전에서는 3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아줬다. 이강철 감독도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SSG전 때의 쓰임새를 생각하고 있다"고 마지막 경기 호투를 콕 집어 예로 들었다.

소형준의 정규 시즌 불펜 경험이 2경기밖에 없는 점과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로 더 좋은 성과를 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소형준은 선발로 나선 1차전은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불펜으로 나선 4차전은 2⅓이닝 1실점이었다.

두 번째로는 소형준과 고영표의 두산 상대 전적이다. 소형준은 올해 두산을 상대로도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00으로 매우 강했다.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선발로 나서 6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반대로 고영표의 올해 두산전 공식 기록은 4월 13일 6이닝 3실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5월 20일 우천 취소된 경기가 빠져있다. 이날 고영표는 3이닝 6실점으로 크게 무너졌었다. 올 시즌 막판 상대 전적을 중시했던 이강철 감독의 성향까지 생각한다면 소형준 선발 카드는 합리적이다.

마지막으로 '멀티 이닝' 불펜 에이스의 활약이 돋보이는 올해 가을 야구 경향성 때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올림픽 브레이크 등 여러 이유로 11월부터 시작됐다. 추운 날씨와 더불어 비까지 내리는 탓에 선발 투수들이 일찍 내려오는 등 변수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멀티 이닝 불펜 에이스가 필요해졌다. 두산의 홍건희(29), 이영하(24)가 대표적인 사례다. 홍건희와 이영하는 어떤 상황에서든 올라와 안 좋은 흐름을 끊어냈고, 분위기를 가져왔다.

KT에서는 고영표가 그 역할에 제격이다. 멀티 이닝 소화 자체는 배제성, 엄상백, 이대은 등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스 고영표가 불펜으로 등판한다면 상대가 받는 압박도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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